[월요신문 김영 기자]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한 7개 유력 가문과 그 주변인들의 음모와 암투 그리고 배신 등이 판타지적인 요소와 곁들어지며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그 덕에 이 드라마는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유형의 정치드라마로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가 진행되며 승자와 패자 모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분열이 발생 믿었던 부하에게 배신당하며 일가족이 몰살당한 집안이 있는가 하면, 왕위를 차지한 집안이라 할지라도 암살의 위험 속에서 가족조차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권력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듯한 드라마 속 풍경이 우리 정치권과도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이다. 특히 6·4 지방선거에 앞서 펼쳐진 ‘공천’ 전쟁이 그러했다.

 

   
 

후보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공천전에서는 3명의 후보 모두가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본선에서 치명상이 될 수도 있을 의혹들임에도 공천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고소·고발을 서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공천 역시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부러트리게 만들었다. 지분 나눠주기 의혹 속에 진행된 전략공천은 지역 내 핵심인사들의 탈당을 불러왔으며, 당 지도부는 공천 파장에 따른 상처를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왕좌의 게임’이 막장이라 더 재미난 드라마라 평한다. 시즌 4가 진행 중인 현재 왕좌의 주인이 3번이나 바뀌고 주인공이라 생각한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갈 정도로 상상 이상의 전개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드라마다.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소 과한 설정이 도입된 것일 뿐 이게 일상이라면 사람들이 이처럼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천전쟁에서 보인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이 같은 막장 스토리조차 우습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한 가지 차이라면 이를 지켜보는 대중의 심리가 재미보단 씁쓰름함에 가깝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