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에 '멸공' 논란 확산
신세계 주가, 6.8% 떨어졌다가 11일 회복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최근 말 한마디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기업인이 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이른바 정치권 '멸공 릴레이'를 촉발한 정 부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 SNS를 통해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재벌 총수 가운데 유례없는 '소통경영'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정 부회장의 행보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특히 정치적 발언을 터부시해온 국내 재벌가의 불문율을 깼다는 점도 파격 그 자체다.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함양할 것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불거진 멸공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이번 논란은 정 부회장이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새해에는 이거 먹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멸공!!!'이라고 올린 게시글이 삭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 멸공(滅共)이란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당시 그의 거센 항의에 인스타그램 측은 '시스템 오류였다'며 해당 게시물을 복구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멸공', '반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논란은 수그러드는 듯하다가 재점화됐다. 국내 재계 서열 10위 그룹의 총수가 해외 시장의 '큰손'인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 "나는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던 민주주의던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며 "남의 나라에 간다면 그쪽 체제와 그 나라법을 준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의 글이 포함된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2020년 11월 17일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는 글을 올렸으며, 다음날 곧바로 '난 콩(공산당 지칭)이 상당히 싫다'고 했다.

현재 여론은 '표현의 자유다', '기업 경영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의 발언이 정치권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활용된 것은 물론 주가 하락, 불매운동, 오너리스크 등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발언과 행보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쫓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1일 오전 정 부회장은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불매운동 포스터를 게재했다. 그는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라고 수정했다.

멸공 발언으로 시작된 이마트 계열사 불매운동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전날(10일) 신세계와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가 각각 6.8%, 5.34% 하락하면서 이날 정 부회장은 '더 이상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치권으로 번진 멸공 릴레이에 대해서는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까 정치 운운 마시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정 부회장이 올린 최신 게시물은 라면 사진과 'ㅇㄸ으로 #하림 #미식 #장인라면 먹음 #매움'이라는 내용의 글이다. 이날 2시 35분 기준 670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멸공 해시태그와 함께 그를 응원하는 글이 대다수다.

다만 정 부회장은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반나절 만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기사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이라고 적었다. 2시간 만에 삭제된 이 게시물은 멸공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는 대신 ○○으로 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날 하락세를 보였던 신세계 주가는 11일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소식에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 주가는 전날 대비 6000원(2.58%%) 오른 23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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