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마무리 총력…부실 우려에 실탄 확보중
조원태 친정체제 본격화…조현민 사장 승진·1사장 5부사장 체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2022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올해 취임 4년차를 맞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완벽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세계 무대 데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과 코로나 위기를 타개한 대한항공 화물 운송 전략까지. 부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을 닮은 승부사 기질로 그룹을 이끌어가는 조 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올해 조 회장의 최대 과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9개 필수신고국가 가운데 EU(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EU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불허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EU는 독과점을 이유로 캐나다 항공사 1위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샛의 합병,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 합병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국제선 여객 기준 세계 18위 대한항공과 32위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독과점 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인수 후 통합전략'에 따르면 두 항공사는 오는 2024년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조 회장의 계획대로 이번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대한항공은 재편된 국내 항공 시장의 유일한 풀서비스캐리어(FSC)로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양사 결합을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오는 2월 전원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EU의 심사 결과는 공정위 발표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U 경쟁당국이 이번 빅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해 EU에 국내 항공산업 위기와 유럽 직항·경유 노선 현황 등을 포함한 설명 자료를 추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결합승인이 심사가 지연되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그에겐 부담 요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및 엔진 등 리스자산은 2조5686억으로 집계됐다. 이중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리스부채는 최소 5880억원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1조8000억원의 인수대금을 예상했으나 부실이 커지며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항공은 회사채 공모를 통한 채무 상환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300억엔(한화 약 3112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외국기업이나 기관이 일본 내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오는 26일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18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는 총 3530억원의 청약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5578억원에 처분하기로 했으며, 인천 영종도의 레저 시설인 왕산마리나를 운영중인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기 위해 측근들을 전진배치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12일 조현민 사장 승진 인사를 포함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을 지지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한진그룹의 핵심 사업은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 항공과 물류로, 조 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분담하면서 '남매 경영' 구도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조 사장은 오빠인 조 회장을 도와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너일가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로 투자 결정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사장은 2020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물류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진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설명.

실제로 조 사장은 물류 사업에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고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Logistics+Entertainment)'를 구축했다. 또 친환경 물류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현하는 등 CSV 성과도 냈다.

아울러 류경표 ㈜한진 부사장을 지주회사인 한진칼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승범 대한항공 부사장은 한국공항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박병률 대한항공 상무는 진에어 전무로, 권오준 대한항공 상무는 정석기업 전무로 각각 승진 임명했다.

류 사장과 함께 ㈜한진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해 오던 노삼석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노 사장은 2019년 임원인사에서 ㈜한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조 회장 측근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번 승진 임명에 따라 류경표 한진칼 사장, 이승범 한국공항 사장, 박병률 진에어 전무, 권오준 정석기업 전무는 각 사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들은 추후 한진그룹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 진행 경과에 따라 추후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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