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흑자전환 공신…롯데 위상 되찾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중심"…신동빈 롯데 회장 '고객' 철학과 맞닿아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이 침체된 유통사업의 구원투수로 용병을 택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성별, 지연, 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그룹 인사에서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 롯데의 유통 사업 총괄 수장에 선임됐다. 그의 임무는 단연 롯데쇼핑의 지속된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유통공룡 롯데'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룹 모태이자 핵심 먹거리인 유통사업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에서 2100억원대로 약 4분의 1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28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여파로 올해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이달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중단기에 유의미한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성장동력 확보 전략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신 회장이 김 부회장을 필두로 외부 인재를 대거 수혈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롯데쇼핑의 재도약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상현 부회장은 이달 초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고객'이다. 그는 취임 후 주요 롯데백화점 점포와 롯데마트를 직접 돌아보는 한편 신 회장과 가까이서 소통하며 고객 중심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은 취임 후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선진국이든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며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은 (회사의) 직책이나 직급과는 상관이 없고 고객을 접하면서 배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편하게 (영어 이름인) '샘'(Sam)'이나 '김상현'으로 불리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2016년 홈플러스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고객의 편의를 중요시하면 회사의 효율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형마트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물건을 사고 싶도록 만들어야 하는 곳인 점을 직원들에게 수천 번 당부했다는 것.

김 부회장은 국내외 유통기업에서 쌓은 역량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포트폴리오의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현재 구체적인 사업 전략은 나오지 않았으나 고객 중심 경영이 기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 대표 시절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그는 고객 관점에서 매장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수를 과감하게 줄이는 한편 경쟁력 낮은 자체브랜드 상품도 과감하게 정리했다.

김 부회장은 비(非)롯데 출신으로 한국 P&G와 홈플러스 대표, 홍콩 유통사 DFI 유통 총괄 대표 등을 역임했다. 글로벌 유통기업 전문가로 수평적 소통에 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로 그는 공식 취임 이전부터 싱가포르와 국내를 오가며 경영에 나섰다. 롯데쇼핑 내 HQ조직의 수직 체계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소통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기존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를 대신해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그간 롯데쇼핑의 전략을 주도해온 롯데쇼핑HQ는 주요 기능이 사업부 또는 유통HQ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신설된 유통군 HQ조직은 유통 계열사의 중장기 전략과 인사, 재무, 마케팅 등을 아우르는 체제다. 특히 김 부회장은 유통군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경영전략본부장)을 직접 맡았다. 그는 이와 동시에 롯데쇼핑 대표이사로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 등 다양한 사업부를 이끌어야 한다.

롯데쇼핑은 '올해 유통 혁신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올해 각 사업부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본점, 잠실점 등 주력 점포의 명품 MD를 강화하고 식품관 프리미엄화 투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 동탄점이나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점 같은 미래형 대형 점포를 지속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2022년 식품 역량 집중과 비식품 전문화를 중심으로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첫 선보인 제타플렉스 잠실점이 대표적인 예다. 잠실점은 오픈 후 약 40여일 만에 전년 동기 대비 42%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잠실점처럼 비식품 MD를 강화해 전국 지점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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