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그룹 오너일가를 둘러싸고 수상한 땅거래 의혹이 불고 있다.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소유하고 있던 땅이 지난해 1월과 11월, 동서물산과 (주)동서에 매각됐는데, 해당 부지가 오랫동안 야산으로 방치돼 있던 저가치의 땅으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김상헌 (주)동서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은 개발이 쉽지 않아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본인들 소유의 용인시 땅을 그룹 계열사에 팔아 해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공시지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에 매각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십억원의 부수입을 올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헌 동서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은 본인들 소유의 용인시 땅 1만8000여㎡(5445평)을 지난해 1월과 11월, 그룹 계열사인 동서물산과 (주)동서에 매각했다. 동서물산은 1월에, 동서는 11월에 각각 오너일가의 부지를 매입했다.

 
해당 땅은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9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두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김재명 명예회장은 지난 1957년부터 1984년까지 이 땅을 단계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헌, 김석수 회장 일가가 동서와 동서물산에 해당부지 전체를 매각하면서 신고한 매각대금은 총 28억2천375만8500원이다. 동서물산에 매각한 땅은 용인시 천리 190-2 외 3필지 9261㎡(2801평)이며, 매각가는 12억4000만원이다. (주)동서에는 용인시 천리 991-1 외 3필지 8701㎡(2644평)를 15억8000만원에 매각했다.

 
동서물산은 현재 관계사인 동서식품 등에 임대해 임대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오너일가로부터 매입한 부지에 물류창고를 짓고 있으며, (주)동서 또한 동서물산 부지와 국도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물류창고 건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소유의 땅이
오너 소유의 회사로

 

김상헌 동서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동서와 동서물산에 판 땅은 오랫동안 야산으로 방치돼 있어서 가치도 낮을뿐더러 개발조차 쉽지 않은 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산으로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쉽지 않았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개발 자체가 힘든 땅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동안 해당 부동산은 두 회장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여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장은 해결법으로 그룹 계열사를 이용했다. 용인시 소유 땅 전체를 그룹 계열사인 동서와 동서물산에 고스란히 매각해 버림으로써 모든 짐을 덜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매각대금에서 부수입까지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동서물산에 매각한 땅의 가격 12억4000만원은 공시지가 7억4000만원의 1.7배에 달하며, (주)동서에 매각한 땅의 가격 15억8000만원은 공시지가 6억대의 2배가 넘는 액수다.

 

표면적으로 15억 정도의 부수입을 챙긴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이 본인들 소유의 땅을 계열사에 높은 가격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내부 거래가 미리 오고 간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동서와 동서물산이 창고 마련을 위해 굳이 그 땅을 살 필요가 없었음에도, 미리 오고 간 말이 있어  '짜고 치는 고스톱' 처럼 땅 거래가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너 일가 소유의 땅을 그룹 계열사에 팔았으니 그러한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땅을 개발하기 어려우니까 그룹 계열사에 팔아 해결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동서그룹 오너일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 거래 정당했나

 

동서와 동서물산이 오너일가로부터 사들인 땅은 야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토지거래계약 허가제는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과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계약 전에 허가를 받고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를 거래계약할 때 사전에 시장, 군수, 구청장으로부터 토지거래계약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서그룹 오너일가가 소유했던 땅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7년이 됐던 곳으로, 현재 부동산이 전부 침체된 상황에서 올해 5월 31일까지는 정부에서 허가제를 풀 것인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그런 땅을 동서와 동서물산이 구입한 것에 대해 더욱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동서 관계자는 여러 군데를 물색하다가 그곳이 교통 등이 좋아 들어가게 됐다며 의혹을 피해가려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각대금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부동산 같은 경우는 시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시지가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의 자산규모나 인근 거래상황, 상속세 및 증여세 등 거래세법에 평가된 여러 부분을 참고한다는 것이다. 교통망이 생기는 등 이슈가 있을 때는 또 내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동서그룹의 모기업인 (주)동서는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을 추구하여 건전한 재무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실현'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오너일가로부터 사들인 땅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받게 되면서 "주주 및 고객 여러분과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주)동서에 대한 신뢰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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