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통한 막대한 이익·일자리 창출…중국과 경쟁 불가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하고 원전 수출을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1.12.29.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하고 원전 수출을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1.12.29.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탈원전 완전 백지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치가 과학을 침범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수차례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인수위원장을 맡게 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도 "탈원전은 원시시대 사고, 태양광은 미신"이라며 탈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향후 원전과 관련해 긴밀하게 협의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원전주가 회복하고,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곧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벌써부터 산업 전반에 걸쳐 원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또 원자력 관련 학과의 교수와 학생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을 이념적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를 차기 정부에서 반복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 탈원전·우크라이나 사태, 에너지 주도권에 경종 울려

윤 당선인의 탈원전 백지화에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독일의 상황도 한몫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켈 재임 당시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 탓에 독일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가 에너지 안보 주도권을 쥐게 됐고, 이 때문에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탈원전 대안으로 메르켈은 '노르트 스트림2' 정책을 시행했다. 노르트 스트림은 러시아 북부와 독일을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으로 이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독일로 유입된다.

독일은 지난 8일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에 불참을 선언했다. 러시아에 에너지 목줄이 잡힌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프랑스는 독일의 탈원전과 상반되는 친원전국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한때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탈원전을 외쳤었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17년 전체 전력에서 원자력 비율을 2035년까지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마크롱은 기존의 탈원전 기조를 완전히 버리고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개수에 소요되는 비용 500억유로(약 68조원) 중 일부를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하겠다"고 했다. 마크롱이 일찍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우려해 친원전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평가다.

윤 당선인은 마크롱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에서 원전을 지으면, 한국에 전기가 모자랄 때 수입하려고 했나. 그래서 에너지 주권이 확보가 되는가"하고 지적한바 있다.

또 "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5년 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본인의 말을 뒤집고, '원전 유턴'을 선언했다.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고 경고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탈원전 백지화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대한민국의 피할 수 없는 선결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중국 푸젠성 푸칭시에 원전 5호기가 보인다. 중국은 이날 자체 개발한 제3세대 원자로 기술인 화룽1호(HPR1000)를 이용한 첫 번째 원전을 송전망에 연결했다고 밝히면서 이날부터 전기를 생산한다고 전했다. 2020.11.27. 사진=뉴시스
27일 중국 푸젠성 푸칭시에 원전 5호기가 보인다. 중국은 이날 자체 개발한 제3세대 원자로 기술인 화룽1호(HPR1000)를 이용한 첫 번째 원전을 송전망에 연결했다고 밝히면서 이날부터 전기를 생산한다고 전했다. 2020.11.27. 사진=뉴시스

◆ 원전 수출로 막대한 이득…원전 수출 놓고 중국과 경쟁 예상

한국에 원전 관련 산업이 재개된다면 에너지·환경 문제에 있어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원전 수출을 통한 막대한 경제적 이득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과 학계 안팎으로 원전이 경제에 이득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

지난 2018년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산업은 2009년 이미 연매출이 1경5000조원을 기록했다"며 "한국이 세계 시장의 1%만 점유해도 연 150조원의 매출을 새로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해외에 원전 1기를 수주하면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중형차 25만 대 또는 스마트폰 500만 개를 수출하는 수준이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자력연의 연구개발(R&D) 투자효과 분석'에 따르면 원자력 연구 개발로 유발된 경제 효과는 164조1000억 원으로, 투자된 연구비 10조3291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은 중동 지역에서 최초로 추진된 47조원 규모의 UAE 원전사업에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세계 6번째 원전수출국으로 도약하게 됐을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이득과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에 탄력을 받아 이명박 정부는 한국형 원전을 자동차·조선·반도체를 잇는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원전 수출산업화 전략'을 세워 2030년까지 원전 수출 4천억 달러(약 500조)를 목표로 6대 중점 사업을 추진하다는 방침을 세운바 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이어지며 한국은 지난 10년 넘게 추가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윤 당선인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고,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하며 원전 설립·추진이 가져올 경제적 성과를 도모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이 원자력 해외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 주도의 탈원전 백지화 기조에 공감대가 형성돼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 아르헨티나에 중국의 자체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을 건설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전력 생산회사인 뉴클레오엘렉트리카 아르헨티나 S.A.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파키스탄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수출 성사다.

앞서 중국은 518조원을 투자해 오는 206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원자력 수입국에서 본격적으로 수출국이 되기 위해 자원을 쏟아 붓기 시작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한국도 하루 빨리 원자력 생태계를 복구해야 한다는 평가다.

한편 원전이 주목을 받자 덩달아 태양광 사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핵심이었던 태양광 사업에서 크고 작은 비리가 적발되며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평가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공개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태양광 설비 설계와 관련해 아무런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무자격 회사인 현대글로벌에 설계를 맡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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