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리더가 있다. '조용한 승부사'로 불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 회장은 올해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과거처럼 매출과 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고 해서 만족하지 말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을 개시했다.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모빌리티 등을 낙점하고 '뉴롯데'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 '변화와 혁신'을 외친 신 회장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다소 보수적인 경영 방침에서 벗어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가 오랜 순혈주의를 타파한 장본인이라는 점도 파격적이다.
◆ 유통 공룡 벗고 '헬스케어' 등 신사업 모색 中
롯데가 메타버스와 모빌리티 사업에 이어 최근 헬스케어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8월 지주 경영혁신실에 헬스케어팀과 바이오팀을 신설한 이후 7개월 만에 사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또 당시 롯데는 외부 출신인 우웅조 상무보를 팀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과학적 진단, 처방 등 건강관리 전 영역에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통해 '내 몸을 정확히 이해하는 새로운 건강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유전자, 건강검진 결과 분석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배합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섭취 방식, 맞춤형 식단, 운동 등 건강 관리를 위한 코칭 서비스까지 선보인다.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센터를 통한 글로벌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유전자 진단, 개인 맞춤 처방 등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전문기관의 외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나 협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그룹사 헬스케어 사업들과의 시너지도 강화한다. 식품 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지향식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자회사 설립은 '뉴롯데' 체제 완성을 위한 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7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질적 성장 중심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뉴 비전을 실현하겠다"며 뉴롯데를 타이틀로 내세운 바 있다.
◆ 'M&A 승부사' 기질 되살아날까
신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9월 한샘을 시작으로 올 초 한국미니스톱 인수와 쏘카 지분 투자까지 신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신 회장은 2004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수장에 오를 때부터 굵직한 M&A를 주도했다. 그룹 캐시카우로 꼽히는 롯데케미칼 또한 그가 2016년 3조원 규모의 '대형 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롯데렌탈은 지난 7일 국내 1위 카셰어링(차량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쏘카에 1832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롯데렌탈은 쏘카의 지분율 13.9%를 취득해 이재웅 쏘카 창업자, SK㈜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신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는 양사 역량을 결집해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렌탈은 "자사의 렌탈 및 자산 관리 역량과 이동 및 유저 데이터 분석과 모빌리티 정보기술(IT) 역량을 보유한 쏘카의 전략적 협업으로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 자율주행 관련 기술 스타트업인 포티투닷에 250억원을 투자하고 사업을 협력하는 등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전기차·충전결합주차·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생태계 조성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추가 지분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롯데가 쏘카를 인수하면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국내 3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로 단번에 도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업계는 신 회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 VCM에서 "하면 좋은 일보다는 반드시 해야할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해달라"고 주문한 이후 실제 변화가 눈에 띄고 있어서다.
그는 "어렵더라도 미래를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통찰력,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이더라도 과감하게 발을 디딜 수 있는 결단력, 목표 지점까지 모든 직원들을 이끌고 전력을 다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