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최근 백화점과 대형마트(이마트) 사업부를 2개 법인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두고 분할 결정 배경에 많이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20일 공시를 통해 급변하는 유통 경쟁환경에 맞춘 경영 유연성을 제고, 사업부 특성에 맞는 독립경영 및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백화점과 이마트 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신세계의 백화점-마트 기업분할 행보에 이명희 회장에서 자녀인 정용진, 정유경 체제로 가기 위한 경영권 승계작업의 준비단계가 아니냐는 시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행보가 집중됐던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등을 맡고 정유경 부사장은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네셔널, 조선호텔 등을 맡는 식으로 경영권이 승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백화점-마트 기업분할과 관련해, 2월 중 이사회의를 열고 3월 중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마무리를 지을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실질적인 분할 기일은 5월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의 백화점-마트 분할은 기업 내부적 변화 뿐 아니라, 앞으로 국내 유통업계 판도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적분할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

 

신세계의 작년 총매출액은 14조5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이마트 부문은 약 11조원, 백화점 부문이 약 3조원이다.

 

1963년 국내 최초의 근대 백화점을 시작으로 탄생한 신세계는, 이후 1993년 이마트를 설립하면서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함께 경영해왔다.

 

초기에는 백화점 부문의 수익에서 상당 부분을 이마트에 지원했으나, 이마트가 대형마트 1위로 부상하고 나서부터는 이마트가 백화점 사업에 도움을 주는 등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사업을 함께 경영해 오면서 자원배분 및 인력면에서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한 문제들이 있어 기업분할에 나섰다는 것이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기업분할을 함으로써 사업별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업태별 책임경영 확립, 미래의 성장성 및 수익성 극대화,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체계 구축, 기업가치 제고 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취할 기업분할 방식은 인적 분할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할에는 지주회사, 인적분할, 물적분할 등 세 가지가 있다.

 

물적분할은 법인만 독립시키고 분리 신설된 법인의 주식을 기존의 회사(모회사)가 전부 소유하게 되며,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된 기업의 주주권과 경영권도 기존회사가 갖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은 존속회사 주주들이 자기소유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차이가 있다.

 
신세계는 전략적 독립성 및 유연성을 보장하고 책임경영체제를 수립해 기업 가치 재평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할의 형태로 지주회사 체제는 통상 자사주 취득을 위한 자금 투입이 필요해 주주가치 및 재무건전성 지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단점이 있고 물적 분할의 경우는 쉬운 프로세스에 비해 분할법인 이중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효율성 저하, 투자자 기반확대 효과 미미 등 인적분할 대비 장점이 미미하다"는 것이 신세계가 밝힌 인적분할 이유다.

 
기업분할 전후에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지분 구조는 동일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분할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기존의 주식은 백화점과 이마트 주식으로 각각 분할해 기존의 주주들에게 배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신세계 기업분할이 주주들에게 백화점과 마트 중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이마트와 백화점 분할은 결과적으로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진짜 속내는?

 

표면적으로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의 기업분할은 신세계 측이 밝힌 대로 '전문화와 책임경영을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 내외에서는 단순한 기업분할이 아닌,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부사장 체제로 옮겨가는 '2세 경영구도 확립'을 위한 과정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두 자녀에게로의 경영권 승계를 대비해 미리 기업을 분할해 놓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신세계 대주주 지분은 이명희 회장이 17.3%를 지니고 있으며, 정용진 부회장이 7.32%, 정유경 부사장 2.52%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주주는 얼마 전 주당 2500원 현금배당으로 총 128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두고, 다른 주주와 함께 100% 무상증자를 받은 바 있다.

 
업계 내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신세계 건설 등을 맡고, 정유경 부사장은 신세계 백화점과 조선호텔, 신세계인터내셔널을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줄곧 신세계에서 일해 왔다. 2009년 12월, 입사 15년만에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이 되면서부터 신세계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형식상 백화점과 이마트를 아우르는 총괄 경영자이지만 그의 행보는 대외적으로도 이마트 쪽에 치우쳐 왔던 게 사실이다. 마트 경영과 관련한 그의 애착과 욕심은 일찍이 알려졌던 것이다.

 
'리틀 이명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유경 부사장은 1994년 조선호텔에 입사한 뒤 줄곧 호텔 업무만 맡아오며 13년간 호텔 인테리어와 레스토랑, 델리사업 등을 맡아왔다.

 

그러면서도 신세계백화점 매장 인테리어와 수입명품사업 등에 수시로 조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1월 신세계 부사장에 오르면서 오빠 정용진 부회장을 뒷받침하며 본격적인 '오누이 경영'을 펼쳐갈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로는 백화점 관련 업무에 더욱 집중해 왔다.


그렇게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 남매가 신세계 총괄대표이사 부회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1년 여가 지난 후인 지금, 신세계가 기업분할을 선언한 것이다. 때문에 남매가 각각 마트와 백화점 부문에서 경영 초석을 다진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익히 알려진대로 삼성그룹에서 신세계로 2세 분할 승계된 기업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자녀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그렇게 2세 분할됐던 신세계가 또 다시 분할되면서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갈 것인지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신세계 측은 경영권 승계 관련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며 '3세 경영권 분할 승계론'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미 백화점과 이마트가 같은 회사 아래 있으면서도 각각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 온 것과 같아 굳이 법인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분할 승계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분석이다.

 
경쟁업체인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을 한 법인 아래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특수한 사정으로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잇는 롯데역사(영등포 백화점) 등 유통법인들도 롯데 쇼핑으로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신세계가 하고자 하는 인적분할은 신설 회사와 존속 회사의 주주가 분할 초기에는 동일하지만 주식 거래 등을 통해 지분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분할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할 승계론과 함께 광주신세계가 백화점 부문에 합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2006년, 정용진 부사장에게 지분을 헐값에 넘겨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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