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독자 결제 칩(IC) 'KLSC' 도입은 변수
"해외 빅테크 기업에 대해 폐쇄적인 태도 버려야"

사진=애플
사진=애플

[월요신문=신다인 기자]애플의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명동에 애플스토어 3호점이 개장하는 등 애플이 한국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실물카드를 휴대하지 않아도 핸드폰만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페이 서비스다. 애플페이는 2014년 출시돼 현재 약 70여국에서 사용중이나 한국은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능하다.

애플과 국내 카드업계는 2015년부터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와 결제단말기 투자 주체를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애플은 카드사에게 1.15%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국내 카드사가 카드 운영으로 얻는 수익 2% 중 1.15%를 제하면 애플페이 사용시 카드사의 운영 이익은 없는 셈이다.

또한 국내 카드 단말기가 애플페이가 요구하는 규격과 다른 것도 문제다. 애플페이는 NFC 방식의 카드단말기와 호환된다. 그러나 국내 카드단말기 97%는 MTS 방식이다. 국내 NFC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전국 280만개 가맹점 가운데 약 3만개에 불과하다.

애플은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NFC 단말기 보급 비용을 국내 카드사에게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NFC 단말기는 대당 비용이 10만~15만원이다. 국내 280만 개 가맹점에 단말기를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된다.

카드업계는 애플의 요구를 거절했다. 국내 카드사가 NFC 단말기 도입비용을 감당하기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부터 NFC 단말기가 국제 표준이 된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23년까지 NFC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애플은 최근 카드 이용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추세다. 최근 애플은 이스라엘에 0.05%, 중국에 0.03%로 낮은 수수료를 매긴 바 있다. 이로써 애플페이 국내 도입도 시간 문제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페이 국내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카드사들이 개발한 한국 독자 결제 칩(IC) 'KLSC'가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KLSC는 카드단말기 NFC 방식과 호환되지만, 오로지 한국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KLSC 칩은 국내 전용 카드에만 탑재된다.

애플페이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결제만을 허용한다. 예외적으로 일본에만 소니의 NFC 표준 펠리카를 허용했다. 이는 일본인구 50%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애플이 예외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이폰 사용률은 20%에 그친다. 과연 애플이 단 20%의 고객을 위해서 KLSC 칩 카드를 애플페이로 사용승인 할 지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이다. 

실제 국내 금융회사는 애플페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아이폰만의 별도 NFC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페이', 코레일의 NFC스티커 '레일플러스' 등이 그 사례로 꼽힌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IT 시장은 1%에 불과하다"며 "한국도 더 이상의 해외 빅테크 기업에 대해 폐쇄적인 태도를 버리고 국제 시장 흐름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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