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의 의대 편입학과 아들의 4급 보충역 판정 등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경북대와 경북대병원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자녀 편입학 과정을 신속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아들의 병역 진단도 다시 받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녀 의대 편입 등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와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부정행위로 볼 수 없으니 지명 철회 등 거취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자녀 입시 및 병역 관련 의혹으로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정면 돌파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자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허위 스펙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와 흡사한 측면이 있어 이날 해명으로 국민들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민심은 '아빠 찬스'가 입시 비리로 확인된 '조국 사태'와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딸의 경북대 의대 편입 때 정 후보자의 지인인 교수가 구술시험에 만점을 준 사실 등은 확인됐다. 위법 사실이 있었는지는 검경의 수사로 밝혀야 할 몫이다. 범법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말한 공정과 상식은 분명히 아니라고 보여진다.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면 더더욱 조국 전 장관 때와 똑같은 인사 검증 잣대를 적용하는 게 공정하다. 아니 문재인 정부보다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국 모든 국공립대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의 편입학 사정 자료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해명 및 설명하겠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윤석열 1기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야반도주라고 비난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 보이콧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세금 과다 인상 비판이 제기된 한 후보자 자격은 국회에서 따져야 할 일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미국 모빌사와의 이해충돌, 부인 그림의 효성 판매, 아파트 재테크 등 엊그제만 하루에 세 건의 해명 자료를 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총장 때 '금수저' 학생들의 가정환경 조사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일반인 기준에도 못 미치는 도덕성이나 잘못이 드러나면 지명을 철회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게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人事)에서 실패했다. '내로남불' 인사를 고집했다. 인사 검증 7대 원칙을 만들어 놓고도 지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급 인사 34명의 임명을 강행했다.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았다.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오기 인사'는 국론 분열을 가져왔고 정권의 실패를 불러왔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는 달라야 한다.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인사를 강행해 초기부터 민심이 외면하면 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조국 전 장관 수사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사긴 했으나 공정의 아이콘이란 대권 도전의 기반도 마련했다. 그런 그가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해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윤로남불' 논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라는 점도 윤 당선인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무작정 정 후보자를 감싼다면 거센 역풍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뜻이 없는 만큼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으로 시비를 가려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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