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제 과학적 원리, 최초로 입증
"PTSD 치료제, 어릴 적 범죄 피해자에게 큰 도움 될 것"
"당장 시판이 가능한 약물 아니지만 임상 3상 가능성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직접적인 치료제가 없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제의 과학적 원리가 최초로 입증되면서 PTSD 치료제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마련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이보영 연구위원은 PTSD 직접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어렸을 적 범죄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달 임상 개발 중인 PTSD 치료제 'NYX-783′을 PTSD 마우스 모델에 적용해 치료 효과의 작용원리를 밝혔다.

PTSD란 전쟁·화재·신체적 폭행·성폭력·교통사고 등 생명과 정신을 위협하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이다.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참전 군인을 포함해 경찰관·소방관·의사·간호사·교도관·범죄 피해자·각종 사건사고의 생존자들에게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존에도 PTSD에 대한 치료 약이 존재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기존의 PTSD 치료에서는 우울증 약물이 사용됐기 때문에 PTSD의 직접 치료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 성과가 PTSD 직접 치료제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도 PTSD 치료를 위한 약물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런 약물들이 PTSD를 직접 타깃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PTSD 환자들이 대게 우울감을 느끼기 때문에 PTSD 치료에는 우울증 약물들이 사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성과를 PTSD 직접 치료제라고 하는 것은 제약회사에서 PTSD를 직접 타깃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환자들에게 임상실험을 해본 결과 공포 감정에 대한 반응이 확실히 줄어들어 PTSD 직접 치료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등의 범죄 피해를 당했던 어린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범죄에 노출됐던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더 수월하게 이를 극복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 성과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PTSD는 보통 참전 군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 PTSD 치료제가 향후 이들이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임상 3상은 더 많은 환자를 모아야 하고 또 유의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판이 가능한 약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희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는 결국 건강한 구성원들이 모여 이뤄진다"면서 "이번 연구 성과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고 결국 더 나은 사회가 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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