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엄청난 자본력을 지닌 롯데가 소주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1위 진로와 전국 8도 전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와 롯데 두 재벌기업의 전국 소주시장 진출에 향토민들의 애용주로 사랑받아 온 지방 소주사들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매출급감에 시달리며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해, 대기업에 인수·합병되어가고 있다. 이미 충북의 안방 마님 충북소주는 롯데칠성음료에 매각이 확정됐으며, 시원소주로 유명한 대선주조는 비엔과 롯데 사이에서 인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향토주들이 그동안 사랑해 준 지역민들을 버리고 대기업에 회사를 팔아넘기면서, 충성 고객들은 더 이상 '진짜' 지방소주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충북의 향토 소주 업체인 '충북소주'의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충북소주 장덕수 사장은 16일 청원군 내수읍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롯데칠성과의 매각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돼 다음주 중 주식양도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벌기업 시장확장에
지방소주사들 입지 잃어

 

장덕수 충북소주 대표는 회사 매각 배경에 대해 "주류시장 개방과 업체 간 과당경쟁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해, 그동안 충북을 대표하고 많은 충북인들의 사랑을 받는 '자도주'로 충북소주를 이끌어 오면서도 대기업들에 치이면서 얼마나 힘들게 경영해 왔는가를 가늠하게 했다.

 
실제로 충북소주는 진로, 롯데 등 재벌기업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무리하게 유통망 확대에 나서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소주' 뿐 아니라 부산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C1 소주 판매업체 '대선주조'도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해 M&A 시장에서 새주인을 맞게 됐다.


이에 앞서 대전ㆍ충남의 선양은 2004년 IT업체인 벨소리 5425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전북 향토기업인 하이트소주(구 보배)도 하이트맥주를 거쳐 충북소주로 인수된 바 있다.

 
지방소주사들이 이처럼 본 입지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것은 주정배정제도와 지방주 50% 판매의무제도가 철폐되면서 수도권 재벌 소주회사들이 지방으로 그 사업망을 확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각 지방마다 그 지방에만 판매하는 소주가 있고 다른 지역의 소주는 수도권의 것이라도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지방 소주의 점유율은 90% 안팎을 상회했었다. 그러나 수도권 소주들이 남하하면서 지방소주들은 그 자리를 조금씩 빼앗기기 시작했다.

 
특히 롯데가 소주시장에 뛰어들어 업계 1위 진로와의 소주전쟁이 가열되면서, 지방소주사들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매출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의 전국구 전략

 

롯데가 소주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두산주류를 인수하면서부터이다. 그동안 서울·수도권과 강원도에서만 강세를 보여 온 롯데는 부산을 1차로 공략했지만, 지역소주인 C1 소주에 익숙한 부산 소주시장을 뚫기란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전략을 수정, 현지 소주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롯데는 다른 지역보다 '자도주' 개념이 약하면서 수도권에 인접해 그 영향을 많이 받는 충북지역의 소주업체를 인수하기로 결정, 이러한 '지역 거점화'를 통해 전국구 전략을 펼쳐가기로 계획했다. 직접 공략이 아닌 지역 소주업체를 인수해 현지 유통망과 지역 민심 모두를 잡겠다는 것이다.

 
롯데는 충북소주 인수를 시작으로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선주조까지 인수한다면 롯데의 전국구 전략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9년 두산주류가 롯데그룹으로 편입되면서 본래 11%였던 점유율은 올들어 15.1%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지역 소주 인수 등으로 전체시장 점유율은 20%까지도 무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듯 종합 주류회사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롯데칠성(주)이 충북소주를 인수하고 충청권 공략에 나서면서 대전충남에 둥지를 틀고 있던 기존 주류 업체들의 긴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진로는 이에 질세라 43~44%대인 시장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롯데에 뒤지지 않게 지방 소주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와 진로의 소주시장 전쟁이 가열화 될수록 지방소주업체들은 그 입지에 더욱 위협을 받게 된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대기업에 지방소주를 넘겨버리는 업체들은 또 한편으로 '먹튀' 논란에까지 휩싸이며 지역민들의 배신감과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 해, 또 다른 몸살을 앓게 된다. 더 이상 지역 향토주가 아니라는 사실에 등을 돌리는 지역 소비자들의 '민심'도 대기업들이 무시하지 못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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