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발맞춰 총 450조원 투자 발표…반도체만 300조원
해외 투자 규모 90조원…美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 착공 눈앞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열린 첫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는 한미동맹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가운데, '민간 외교관'으로 한미 반도체 동맹 가교 역할을 수행한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은 25년 전에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든 최초의 글로벌 기업이다. 이런 우정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행사에서 "반도체는 모든 것의 엔진이 되고 있으며 성장을 이끌고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하기 위해 역대급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11월 미국에 역대 최대 규모인 170억 달러(약 2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국내에만 36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이 부회장의 말과 함께 '뉴삼성' 행보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4일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연평균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총 투자액 가운데 국내 투자는 360조원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를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국정과제를 내세운 가운데 삼성이 이에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확보와 새로운 격차 창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목표는 경제안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첨단산업의 육성이다.

정부는 또 반도체 설비투자 시 투자지원 확대,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허가 일원화를 검토해 오는 2027년까지 반도체 수출액을 3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12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의 핵심 투자는 단연 반도체다. 총 450조원 가운데 300조원가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반의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도 약진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메모리 분야는 30년간 선도해온 '초격차' 위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를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고성능·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5G·6G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등에 필요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9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4773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메모리반도체(2205억 달러) 시장 규모의 2배 이상으로, 투자와 R&D 등을 통해 1등 업체와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게 삼성의 포부다.

삼성전자 측은 "5G 모뎀(통신칩)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도 '1등', '최초'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미지센서의 경우 올해 매출 점유율은 24.9%로 2위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반도체는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3에 불과한 3나노미터 폭으로 웨이퍼(반도체 기판) 위에 회로를 만들어 생산한다. 5나노 공장 대비 칩 면적과 소비 전력은 각각 35%, 50% 감소하며 처리속도는 30%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주 한미 양국 정상이 평택캠퍼스를 방문했을 당시 방명록 대신 이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면서 반도체 동맹을 상징하는 요소로 부각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난 20일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난 20일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삼성은 이번 국내 투자 발표에 앞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생산라인 신설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서겠다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목표와 동맹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챕터 313을 신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챕터 313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주 정부가 최대 10년 동안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텍사스주의 세제 혜택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삼성이 텍사스주 내에서 새롭게 챕터 313 인센티브를 신청한 지역은 테일러 독립교육구(ISD)와 매너 ISD다. 각각 테일러 신축 공장 부지, 기존 오스틴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텍사스 내 파운드리 설비 증설 또는 오스틴 공장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테일러 공장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500만㎡(약 15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착공식은 내달 개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새 공장에서 5G,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는 TSMC(51.2%)로 삼성(18.3%)은 2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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