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그룹 5년간 903조원 투자…국내만 745조원
SK, 반도체에만 142조원…LG 국내 R&D 핵심기지 구축

이준석(왼쪽부터) 국민의힘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왼쪽부터) 국민의힘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열린 첫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는 한미동맹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윤석열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에 화답해 잇따라 투자 보따리를 풀고 있다. 삼성·현대차·롯데·한화‧두산에 이어 26일 SK와 LG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 7개 그룹의 국내외 투자 금액은 총 94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국가 예산인 607조7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 정상은 이러한 비교 우위를 활용하여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핵심은 반도체와 배터리, 초소형모듈원전(SMR)산업 등이 꼽힌다. 특히 배터리는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이 차별화된 소재 기술을 필두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한 화학 기반 회사로, 배터리 구성 물질 개발 능력이 타사 대비 우수하며 성능‧안정성‧신뢰성 면에서 선도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K-배터리'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이 중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시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이를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EV·PHEV·HEV) 시장 1위는 중국의 CATL(35%)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위로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 15.9%를 차지했다. 4위 SK온과 7위 삼성SDI는 각각 6.6%, 3.8%로 집계됐다.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CATL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배터리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격전을 예고했다. CATL이 지난 3월 북미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80Ghw(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신축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에 2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 SK온은 조지아주에 독자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다.

CATL은 해외 생산 거점은 독일 튀링겐주 공장이 유일한 만큼 북미 진출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시장 제외 시 CATL은 점유율 3위로 내려앉고,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로 올라서는 데 따른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에너지부(DOE)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까지 북미에 약 17조원을 투입해 합작법인 공장과 단독 공장 등으로 11개의 공장을 설립한다. 예정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미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 설비 중 국내기업의 설비 비중은 현재 10% 수준에서 70% 수준까지 확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네트워크.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네트워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에 LG그룹은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핵심 분야인 배터리·배터리소재 분야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 원통형 배터리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고체 전지,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배터리 리사이클 등 자원선순환 시스템 구축, 배터리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 및 수명 예측 등의 BaaS(Battery asa Service) 플랫폼 사업과 같은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LG그룹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 대응 등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게 되더라도 총 투자액 가운데 상당한비중을 국내에 투자해야 한다"며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기지 및 연구개발 핵심기지로서 한국의 위상이 지속돼야 한다는 데 그룹 내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재계 2위 SK는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에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원 ▲디지털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국내 투자액은 179조원이다.

우선 반도체·소재 분야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Fab·생산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에 자금을 대거 투입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용인 원삼면 414만8000m² 부지에 10년간 120조원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린 에너지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와 분리막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추거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해 그린 에너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 5대 그룹의 국내 투자 규모는 총 745조원으로 삼성(360조원), SK(179조원), 현대차(63조원), LG(106조원), 롯데(37조원) 등이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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