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시공사, 오는 2024년 3월→2025년 10월 입주로 지연 안내
입주민 "무려 1년 7개월 공사 지연임에도 보상안 안내 無"
시행사 "안전성 검토 위해 재착공 불가피…입주민 의견 수렴할 것"

[월요신문=김다빈 기자] 한 신축아파트에서 시행·시공사가 설계공법 변경을 이유로 입주를 1년 넘게 지연할 뜻을 내비치자 수분양자(예비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물리적 보상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것이 예비입주민들의 주장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상남도 양산시 소재의 한 신축아파트 시행사는 최근 예비입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공사 지연 소식을 전했다.

이 단지는 한국토지신탁이 시행(사업 주체)을 맡고, 한양산업개발·은송이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2024년 3월이 입주예정일이었지만, 시행사와 시공사는 터파기 공사 중 추가암벽의 발견에 따른 설계공법이 변경됨에 따라 공사 기간이 1년 7개월가량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또한 예비입주민들에게 연기된 준공기일을 감수한다는 내용의 '동의'와 계약금을 환급받고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미의 '미동의'를 선택하라고 했다. 이로 인해 변경된 입주예정일은 오는 2025년 10월이 된다.

1년 반이 넘는 공사 지연 통보에 예비입주민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공사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온 지반 약화 우려에 따른 강화 공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사 지연으로 입주민의 재산, 시간 등의 물리적 피해가 불가피함에도 사업자들이 보상안을 안내하지 않고 있는 점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 단지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사업 주체 또는 시공사의 귀책 사유가 아닌 ▲천재지변 ▲문화재 발견 ▲노동조합 파업 태업 ▲전염병 발생 ▲정부 정책 및 관계 법령 변경 등에 대해선 입주 지연 보상금이 발생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설계공법 변경 등은 보상금 발생 제외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예비입주민 A씨는 "이달 중순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연 통보를 받은 후 최근 전화가 와 공사 지연 동의 및 미동의를 결정하라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며 "몇 개월이 지연되는 것도 아니고 1년 반 넘는 공사 지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지연은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아닌 사업자 측의 미진한 사전 조사 때문"이라며 "이 단지는 산의 경사로에 있고, 단지 위에는 25m의 옹벽을 두고 다른 아파트가 지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착공 당시부터 단지 위에 있는 아파트에서 항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토지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며 "이로 인한 설계변경 공법의 책임은 사업자에 있다. 하지만 아직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은 무책임함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시행사가 안내한 1년 7개월 외 추가 지연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아직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양산시청 웅상출장소에 설계공법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설계변경을 신청하면 지자체의 검토 및 승인을 받고 공사가 재개된다.

양산시청 웅상출장소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사업자 측의 기존 설계안은 토지 붕괴 등을 방지하기 위해 흙막이 공법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는 착공 후 3개월여 지난 올해 초 사업자 및 감리 업체로부터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접수받고, 현재 공사가 중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터파기 공사 중 추가암벽이 발견돼 기존 흙막이 공법으론 토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이에 양산시청, 시공사, 감리업체는 설계공법을 변경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도 사업자 측이 공법 변경에 따른 공사 지연 안내를 수분양자들에게 하지 않아 이를 안내할 것을 지속 전달했다"며 "설계변경이 접수되면 이를 검토한 후 승인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 안전성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입주 예정일이 늘어나는 등 사업이 지연된 점에 계약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유감스러운 입장"이라며 "공사가 지연될 수 있지만 사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양산시 요청에 따라 추가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입주지연 동의서를 접수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이를 토대로 후속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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