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닉 부이치치가 처음 우리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우리는 닉의 기적같이 놀라운 행동에 참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닉을 이처럼 훌륭하게 키운 그의 부모가 존경스러웠다. 닉의 부모가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얼마나 탁월했으면 이처럼 위대한 교육이 가능했을까?

최근 닉의 아버지 보리스 부이치치의 저서 「완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한」(Raising the Perfectly Imperfect Child)을 읽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닉의 부모는 특수교육 전문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책은 첫머리에 '아이에게서 배운 부모수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보리스는 닉이 태어난 순간 그야말로 앞이 캄캄했다고 고백한다. 이 아이가 언젠가 스스로 밥을 먹고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이런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장애아를 키우는 법에 관해 아는 게 전혀 없었지만, 부모가 아니면 이 아이를 누가 키우겠는가? 닉의 부모는 닉을 입양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우기로 결정했다. 닉의 할아버지도 이 결정에 한 몫을 했다. "이 아이는 네 아이다. 네게는 아이를 키울 책임이 있다."

결국 보리스는 '사랑이 길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끝내 길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팔다리 없는 장애아를 키우는 일에 관해서는 보리스와 두쉬카 부부가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두려움이 끊임없이 밀려왔지만, 매일 닉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들에게 강력한 힘의 근원은 다름 아닌 닉이었다. 너무나 연약해 보이는 아이가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닉은 그들 부부에게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닉은 보리스와 두쉬카 부부에게 팔다리가 없다는 게 조금도 장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줬다. 물론 장애인이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장애는 그 사람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부모는 슈퍼맨이 될 필요도, 될 수도 없다. 많은 부모가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답과 모든 힘을 가진 슈퍼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닉이 어떻게 될지는 항상 미지수였다. 그러나 의사들이 '길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아들 닉은 '닉의 길'을 찾아냈다. 보리스와 두쉬카는 닉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이마를 카펫에 대고 몸 아래를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면서 등을 활 모양으로 구부려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과 전율을 느꼈다. 어느새 보리스와 두쉬카 부부는 닉의 가장 열렬한 응원단으로 변해 있었다. 닉은 그들 부부의 부정적인 생각이 틀렸음을 매일같이 증명해 보였다.

보리스와 두쉬카 부부는 닉을 반드시 일반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닉을 입학시키려고 할 때마다 아이의 신체적 장애를 이야기하는 순간, 곧바로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휠체어로 출입할 수 있는 교실이 없는데, 씻기나 용변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복지사들과 교육자들은 닉을 특수학교에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닉은 세상 사람들에게 보통 아이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다. 닉은 책을 들 수는 없었지만, 컴퓨터 스크린을 읽고, 왼발로 키보드를 치거나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었다. 장애아들을 일반학교에 보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아이들이 장애아들을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로 보게 되는 것이다.

닉의 부모는 예비 며느리 카나에에게 심문하듯이 질문했다고 한다. "우리 아들과 결혼해서 팔다리가 없는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카나에의 대답은 단호했다. "설령 닉과 같은 아이가 다섯 명이 태어나더라도 닉을 사랑하는 것처럼 똑같이 사랑해 줄 거예요!" 닉과 카나에는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걷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장애아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소중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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