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국세청장이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2003년 4대 권력 기관장(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첫 국세청장이다.

국세청장이 인사청문회도 없이 임명된 것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김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했으나 기한인 20일을 넘겼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마저 지났다. 국회는 지금 의장도 없고 부의장도 없고 상임위원회도 없다.

지난달 29일 전반기 회기가 종료된 이후 16일째 이런 상태다. 국회를 구성하지 못하니 인사청문회를 열 수가 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여야의 직무유기요. 업무해태라 보여진다.

 

이런 정국 상황을 보면서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회는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국회는 여야 원 구성 합의 도출보다는 상대방 비난에만 몰두하고 있다. 결국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하겠다는 싸움이다.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인 입법 활동은 물론 인사청문회도 전면 중단됐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포기한다면 국민들은 국회의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 정치가 정당이 좌지우지하는 정당정치라 하더라도, 국민 민복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결코 국민 위에 정당이 우선일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둘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대상자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도 않고 임명한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 보여진다. 국회가 아무리 제 역할을 하지 않고 국회의 권한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이를 참고 기다린 후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임명을 결정해야지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한 것은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상상 그 자체다.

인사청문회 절차도 밟지도 않고 국세청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의 권능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2003년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4대 권력기관장을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한 것은 처음이다. 국회와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부가 이렇게까지는 하겠는가?

최근 윤 정부가 검찰 출신을 고위직에 과다하게 임명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시절에는 시민단체를 얼마나 많이 임명했느냐?"고 대답한 것도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왜 문재인 정부와 대비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은 맞지만,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가지고 국정을 운용하기를 바란다.

셋째,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인사청문회 전이라도 적절치 않은 후보는 임명철회가 마땅하다. 교육부 부총리로 지명된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논문 중복 게재,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인 김 후보자는 갭투자, 편법 증여, 정치자금 부정사용 의혹, 세종시 분양 특혜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안고 임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명을 철회하고 충분히 검증해 새 후보를 물색하는 것이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가야할 길이라 보여진다. 인사권자는 국민들 민심을 제대로 확인하기를 바란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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