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자제들 승진 전망


연말 정기인사 시기가 다가오면서 대기업 오너가(家) 자제들의 승진 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창업주·2세들이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3·4세들에게 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재계 3·4세들이 경영 일선에서 힘을 가지게 될 것은 당연한 일. 그 시기가 올해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마다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는 높은 관심을 받고는 한다. 특히 오너가 자제들에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면 더욱 그러하다. 경영권 승계나 후계구도가 좀 더 뚜렷한 실체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대기업마다 오너가 3·4세들이 각자 그룹 곳곳에서 역할을 하나씩 맡고 있어, 차례로 단계를 밟고 올라가 누군가가 아버지나 어머니의 뒤를 잇게 될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지 중요한 것은 그 인사 시기일 뿐이다.

좀 더 빨리?
아님 좀 더 나중에?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은 재계 맏형, 삼성이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한 뒤 2003년 상무, 2007년 1월 전무, 2009년 12월 부사장을 거쳐 1년만인 201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야 말로 발빠른 승진 행보였다. 이재용 사장의 승진과 함께 삼성이 고참 사장들을 정리하고 '젊은 삼성'을 강조하며 젊은 임원들을 포진시키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이른바 '이재용 라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사장의 나이는 44세. 이건희 회장의 나이는 69세로 고희(古稀)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다른 대기업 오너의 자제 중 첫째들은 이미 부회장에 올라 자신의 입지를 강화해 가고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이재용 사장의 승진은 다소 늦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부회장으로의 빠른 승진도 점쳐지는 상황.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아직까지 활발한 경영 활동을 보이고 있어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딸들의 승진 가능성은 어떨까. 지난해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에서 사장으로 바로 승진한 이부진 사장은 그 직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은 오빠와 언니를 따라 사장으로 한 단계 더 올라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 해 승진대상에서 빠졌던 이부진 사장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도 승진 예상 후보다.

한편 삼성그룹은 지난 해 인사 때부터 세 형제 간 계열분리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도 그 관심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가 내년 4월 이전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를 매각하게 됨에 따라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삼성그룹의 친척인 신세계의 경우, 지난 1월 신세계·이마트 분할 결정을 공시한 이후 이명희 회장의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 그리고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널·조선호텔을 맡으며 경영권 승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현재로서는 이미 정용진 부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회장보다 더 경영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체제를 잡아가고 있어 올 연말 인사에서 보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정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5년이 지나 짧지 않은 시간 안에 그룹을 본격적으로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2009년 12월, 입사 15년만에 총괄대표이사 부회장이 되면서부터 이미 신세계그룹의 실질적인 총수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SK그룹도 꾸준히 계열분리설이 나오고 있는 곳 중 하나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 최신원 SKC 회장-최창원 부회장 등 사촌 형제들이 함께 경영 일선을 맡고 있어 어떻게 계열분리를 해나갈 지가 재계 최대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입지가 이번 인사에서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아차와 현대차 모두를 아우르는 '총괄 부회장'의 직급을 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아직까지 계열분리설은 나오지 않고 있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차장이 미국 뉴저지 법인 근무를 마치고 귀국을 해야 승진 여부를 알 수 있을 듯하다. 다만 LG가(家) 전통대로 단계적 승진을 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구 차장은 지난 3월 LG전자 부장급 이하 진급 인사에서 차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구씨가 그룹 임원 인사에서 임원승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구 차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지만 구본무 회장의 장자로 입양돼 현재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두산의 경우는 본격적인 4세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올 연말 인사에서의 큰 변화는 예고되지 않고 있다. 이미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그리고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부사장과 박용현 그룹회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부사장 등이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박용곤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 주식 60만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면서 30만주를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에게 넘겨 차기 두산그룹 수장 자리에 박용만 두산 회장이 아닌 박정원 회장이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던 바 있다.

한진그룹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와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의 승진 여부에 여러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사장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다른 기업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조 회장의 존재감이 아직까지 크기 때문에 자제들의 인사가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효성그룹의 경우는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가 2007년 이후 만 4년만인 내년 1~2월 정기인사에서 각각 부회장, 사장, 부사장직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GS그룹과 한화그룹의 아들들도 한 단계 위로 승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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