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서령 기자]지난 14일 정부는 빚을 내서 주식·코인에 투자 했다가 실패해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를 구제해주기 위한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기 빚을 국가가 책임지는 일명 '빚투 탕감' 정책에 아쉬움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년 특례 채무조정은 1년간 한시적으로 저신용 청년(만 34세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나이스 744점·KCB 700점)이 이자감면과 상환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채무과중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해준다. 또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미뤄주며 유예기간동안 금리는 연 3.25%로 적용된다.

경제학 분야 교수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정책의 문제점·필요성·아쉬운 점 등에 대해 짚었다.  

 정부 "원금 탕감 아니다" 해명…전문가 "국가 부담인 것은 동일"

이서정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원금을 갚아주는 것이나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나 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그 본질은 같다"면서 "두 방법 모두 세금을 사용해서 일부 계층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인데, 그 지원규모나 대상에 따라 국가의 부담이 결정되는 것이지 형식은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김도연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역시 "금리를 낮춰주는 것은 원금을 갚아주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원금을 갚아주는 게 아니라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자감면이나 원금상환이나 재정에 부담을 주는 건 동일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수 고려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원금을 갚아주는 것 보다는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 더 나은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다만 "현 정책도 도덕적 해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개인파산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개인 및 소규모 기업의 파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보다는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덜 하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 심각한 경제 위기 직면한 한국…'빚투 탕감'정책 시급했나 의문 

김세익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여러 방면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빚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자, 특히 그중에서도 특정세대에게 이자 감면 및 원금 상환유예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 또는 금융위는 일반 국민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빚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를 도와야 할 중요한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면서 "그렇다면 먼저 왜 이들을 도와야 하는지 충분한 설명을 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이자감면 등을 해주지 않는다면 원금마저 갚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재정적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며 "그 부담의 규모가 국가경제 규모에 비해 상당하고, 당장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등의 설명을 먼저 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정책을 내세우니 국민 입장에서는 도덕적 해이라는 부작용이 뚜렷하게 보이는 정책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추환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우선 순위 관점에서 빚투 탕감은 시급성에서도 공평성에서도 준비적 관점에서도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한 국내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높은 지금, 정책의 우선순위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사회구성원이 청년으로만 이뤄진 것도 아니고, 모든 계층에서 발생되고 있는 재무에 대한 채무상환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정책은 취지와 방향성 모두 시간에 쫓겨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반면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빚투 탕감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빚 때문에 은행 같은 금융 기관이 부실해지면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 그때는 호미로 막을 것을 나중에는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심각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정책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 "경제 위기 대응, 선제적이지 않아…취약계층 챙기기 급급"

한순구 교수는 "현재 지적처럼 취약 계층 보호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적군이 양쪽에 있는 상황이다"면서 "동시에 둘을 상대하면 양쪽에서 모두 질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먼전 경제 성장을 치고 나가서 승리를 하고 그 다음에 취약계층 복지를 신경 쓰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난 정권이 복지에 너무 신경을 써서 이번 정권에서는 복지는 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수 교수는 "정책이 어떤 이데올로기적 지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경제를 구성하는 각 분야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책에 대한 찬반 논의는 정책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에 기반해서는 안 되고 합리적인 분석 과정을 거쳐 정책시행의 결과를 예측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희호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경기회복과 취약계층의 배려는 서로 상충되기도 하고, 서로 같은 방향일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맞다 틀리다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청년 채무탕감문제는 경기회복적인 측면에서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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