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피선거권 박탈…"정치적 재기할 기회 오지 않을 것"

여성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해 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오전 경기도 여주교도소에서 3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출소하고 있다. 2022.08.04. 사진=뉴시스
여성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해 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오전 경기도 여주교도소에서 3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만기출소하고 있다. 2022.08.04.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해온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만기 출소했다. 한때 유력 대권 주자였으나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서 사실상 정치 생명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지사는 2018년 4월 피감독자 간음 및 강제추행·성폭력범죄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7시 55분께 김종민·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지자 60여명의 마중을 받으며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안 전 지사와 학생운동 시절을 함께 보냈으며 충남 정무부지사를 지내며 안 전 지사와 인연을 이어갔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쌓아온 개인적인 인연으로 마중 나간 것"이라며 "3년 6개월 동안 복역하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강 의원과 안 전 지사는 남대전고등학교 동기다.

안 전 지사는 심정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났다. 그는 경기도 양평으로 거처를 옮겨 당분간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말을 아끼며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서 안 전 지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지지자의 질문에 "자기 절제를 잘못했다"면서 "'아까운 사람'"이라고 답했다.

'친노 적통'으로 뷴류되는 안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였던 만큼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성 비위 사건에 엄격해진 만큼 안 전 지사의 정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됐고 무엇보다도 법적으로 결부가 된 사안"이라면서 "정치적으로 재기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게다가 정치권에 이미 86세대 용퇴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안 전 지사의 나이가 결코 젊지 않다"면서 "안 전 지사가 좀 젊었다면 10년이라는 장기적 세월을 내다볼 수 있었겠지만 10년 후면 그의 나이도 일흔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어느새 원로급 인물이 되는 거다. 진보진영 내에서 원로로서의 역할 정도가 최대 아니겠나"고 전했다.

이어 "10년이라는 세월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 비위 사건을 일으킨 그가 다시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가 그를 용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10년 동안 새로운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주목받을 것이다"면서 "특히 한국 정치도 점점 젊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텐데 안 전 지사에게까지 기회가 오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에게 어떤 정치적 기회가 오기보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안 전 지사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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