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신세계 강남점을 3년 안에 연매출 2조원을 실현하는 국내 1위 백화점으로 만들겠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일명 '정유경표 럭셔리 효과'다. 지난 2016년 정 총괄사장이 이 같이 밝힌 이후, 신세계는 단순한 '명품 백화점'을 넘어 화장품‧패션‧가구 등의 럭셔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전공부터 패션은 물론 경영스타일까지 닮은꼴로 회자된다. 그가 '리틀 이명희'라는 애칭을 얻게 된 배경이다.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는 달리 '은둔형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정 총괄사장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사업에 있어서 방향 감각과 과감한 추진력 등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 그는 특히 대학 시절 디자인을 전공해 미적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정유경號 신세계, 2분기 역대 최대 실적 경신…온‧오프라인 쌍끌이

신세계는 올해 2분기 본업인 백화점뿐만 아니라 자회사 실적이 개선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힘입어 온‧오프라인이 고루 성장한 영향이다. 또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디지털 전략도 주효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4.7% 증가한 187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5% 늘어난 1조8771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394.1% 증가한 823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백화점 부문의 매출액은 62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0.6% 증가한 1211억원을 기록했다. 리오프닝을 대비해 경기점의 여성·영패션 부문을 리뉴얼하고, 신규점인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가 빠른 속도로 안착한 결과다.

또 명품(22.2%)보다는 여성패션(34.2%), 남성패션(34.7%), 아웃도어(43.6%) 등 대중 장르 중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세계 강남점 전경. 사진=신세계

점포별로는 강남점의 매출이 12% 증가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초대형 점포, 명품 특화, 전문관 등을 앞세운 국내 대표 명품 백화점이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국내 백화점 매출 톱을 찍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향후 5년간 신규 출점 및 기존 점포 리뉴얼에 3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정 총괄사장의 지휘 아래 차별화된 아트 비즈니스도 전개할 예정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최근 미술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NFT(대체불가토큰)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 니치 향수부터 프리미엄 가구까지…'뽀아레', 글로벌 뷰티 시장 진출 눈앞

정유경 총괄사장은 패션‧뷰티 사업에도 럭셔리 콘텐츠를 접목해나가고 있다. 명품 유통을 넘어 독자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뽀아레'를 필두로 럭셔리 화장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00년 전통의 프랑스 브랜드 폴 뽀아레를 인수, 재해석해 선보인 자체 화장품 브랜드다. 정 총괄사장이 공들인 야심작으로 10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최상위 럭셔리를 표방하는 뽀아레는 지난해 3월 론칭했다. 제품 가격대 역시 세럼 22만~68만원, 크림 25만~72만원, 립스틱 8만원 등 고가를 지향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신세계 강남점을 포함해 2곳뿐이다. 주요 거점 위주로 운영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뽀아레는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0% 성장했다.

신세계 강남점 1층에 위치한 뽀아레 매장.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강남점 1층에 위치한 뽀아레 매장.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니치 향수'도 정 총괄사장의 역작이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2년 뷰티 사업 시작 후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국내 판권을 확보하며 니치 향수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어 다음해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를 사들이고 2017년에는 프랑스 향수 '딥디크' 국내 판권을 인수해 '럭셔리 니치 향수 명가'임을 공고히 했다.

최근에는 '바이레도'의 새 주인인 푸이그와 재계약을 맺고 국내 판매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 총괄사장의 니치 향수 판권 강화 전략에 힘입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46.0% 늘어난 3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2.7% 증가한 3839억원으로 집계되며 6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 총괄사장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가정용 가구 판매 시장 3위에 올라선 '신세계까사'도 그의 작품이다. 신세계까사는 까마미아가 전신으로 2018년 정 총괄사장이 직접 인수를 주도해 신세계그룹에 편입시켰다.

신세계까사는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0.5% 성장한 6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품 경쟁력과 신규점·온라인 안착에 따른 결과로, 정유경식 고급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인 '까사미아'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51% 늘어난 9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 측은 "하반기 강남점 리뉴얼, SSG닷컴 신세계백화점몰의 전문관 강화 등으로 더 호전된 실적을 이뤄낼 것"이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신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수입 브랜드를 통해 얻은 수익을 자체 브랜드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