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쌍용자동차
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쌍용자동차

[월요신문=승동엽 기자]"쌍용차를 조속히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회사가 되게 하겠다"

18년 동안 외국 자본 손아귀에 있던 쌍용자동차가 다시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KG그룹이다. 쌍용차가 다섯 번째 주인인 KG그룹에 인수되면서 재계의 이목은 자연스레 'M&A 귀재' 곽재선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곽 회장은 인수합병을 토대로 지금의 KG그룹을 일궜다. 그는 여러 부실기업들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했고, 창사 20주년을 맞이한 현재 KG가 보유한 계열사는 무려 29개에 달한다.

특히 그는 지난 2019년 적자난에 시달렸던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 1년 만에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켜 KG그룹을 중견그룹 반열에 올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G그룹 품에 들어간 쌍용차 역시 곽 회장의 지휘 아래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그룹 토대 닦은 건 인수합병…적자난 동부제철도 1년 만에 살려내

곽 회장은 지난 1985년 건설 플랜트 업체인 세일기공을 설립해 당시로선 드물었던 플랜트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후 지난 2003년 900억원대 매물로 나온 비료업체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KG그룹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경기화학을 인수해 사업구조를 확대재편하면서 정상화를 꾀했다. 특히 화학비료에 국한됐던 것을 콘크리트 혼화제, 중수제, 정화제 등의 화학제품으로 넓히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대표적으로 2005년 시화에너지, 2011년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이니시스, 2012년 언론사 이데일리, 2017년 KFC코리아, 2019년 동부제철, 2020년 할리스커피 등을 인수하면서 다방면으로 시세를 확장해 나갔다.

모든 인수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자난에 시달렸던 동부제철의 인수는 경영인으로서 곽 회장을 재평가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동부제철을 인수한 지 1년 만인 2020년 영업이익 854억원을 거두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선택과 집중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수출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고 북미 지역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수출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

여기에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판매라인을 바꾼 것 역시 통했다. 불연칼라강판과 항균도금강판 등을 주력으로 삼았고, 코로나 19 팬데믹에 따른 가전 시장 호황과도 맞물려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 같은 곽 회장의 기업 인수합병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어느덧 KG그룹은 2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이제 곽 회장 머릿속에는 동부제철의 성공사례를 뛰어넘는 '쌍용차의 정상화'로 온통 차 있을 것이다.

쌍용차 중형 SUV 토레스.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중형 SUV 토레스. 사진=쌍용자동차

◆ 그간 인수합병과는 무게감 달라…쌍용차 해결 과제는 여전히 多

지난달 26일 법원의 쌍용차 회생계획안 인가로 인수를 마무리 지은 곽 회장은 6일 만인 지난 1일 쌍용차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경영정상화에 가속 폐달을 밟았다.

곽 회장은 취임식에서 쌍용차 회생계획안의 실행 의지를 강조하며 "쌍용차를 조속히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회사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인수로 인해 현재 재계 순위 70위권인 KG그룹은 조만간 50위권 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차가 KG그룹 품으로 들어옴에 따라 양사 간 시너지 창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 관계인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 인가를 결정한 지난달 26일 KG그룹 관련주들이 일제히 주가가 오른 것은 이를 방증한다.

특히 곽 회장의 사업역량이 쌍용차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KG스틸은 자동차 강판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KG케미칼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에 부는 전동화 바람에 배터리의 중요성을 날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뛰어든 KG케미칼과 쌍용차의 협업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쌍용차를 인수하는 KG그룹으로선 KG스틸 등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눈앞에 놓인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특히 인수합병을 통한 물리적인 결합은 성공했지만 자동차 산업의 특수한 조직문화에 대한 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대표는 "어느 그룹이든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을 하면 물리적인 결합보다 화학적 결합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은 조직문화의 특수성 때문에 더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는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면서 노사문제가 심각했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더욱이 현재 자동차 산업 추세가 전기차 중심으로 변형되는 시기 속, 일정부분 공정 자체가 없어지고 부품수가 3분1이나 없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흑자경영을 하더라도 현장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회장과 KG그룹은 물리적으로 쌍용차를 합병했더라도 조직문화에 대한 화학적 결합과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추세가 바뀌면서 인력 구조 개편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이 두 가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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