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접 기시다 찾아가 회담 성사…"일방향성, 조급함 버려야"
한일관계 이끌어갈 윤석열-기시다…"정치적 합 잘 맞을지 의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09.22.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09.22.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로 가까스로 이뤄진 이번 회담을 두고 "굴욕외교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일 회담을 위해 21일(현지시간) 낮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에 방문했다. 양국 정상은 30여 분 간 의제를 정하고 않고 논의하는 약식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회담 이후 2년 9개월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과정도 결과도 굴욕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가 있는 건물을 찾아가는 모습이 포착되고, 회담 장소에 제대로 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일회담 성사를 위한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당기기는 이전 대통령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보였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을 고려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S 대학교 관련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미국을 고려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연대를 추진하는데 한일관계가 구멍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간 간극을 메우면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연대가 공고해진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쿼드 참여와 같이 이미 이 연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미국이 주도한 연대에 체면치레만 해왔다"면서 "한국이 국제연대에 직접 크게 기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굴욕적이라고 평가받는 것과 관련해선 "외교 관행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굴욕'이 일정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 한일관계를 위한 투자,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행보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수용 가능한 선 근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통령 혼자 다 할 수 없으니 주변에 지원그룹 또는 지원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번 회담 성사 과정에서 그런 점들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매우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에서 굴욕 외교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일본 정치계는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관해서도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한의석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 관료들이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형식이나 격식을 중시한다고 생각하고 개인 스타일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그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면에서 이번 회담 성사는 밀어붙이기식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한 우리가 아쉬워서 그런 것으로 생각 할 테니 기존의 한일관계에 있어서 역시 한국에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생각을 강화할 듯 하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있어서 윤대통령이 굴욕적인 모습을 감수했으니 일단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 수석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은 취임 전 후보시절부터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이에 대한 일본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본은 '한국이 정말 말과 행동이 함께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는데 윤 대통령이 이번에 보여준 적극성은 이러한 의심 및 신뢰부족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일관계를 이끌어갈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궁합'에 대해 진단했다.

S 대학교 교수는 "두 지도자간 성향이 잘 맞아보이지 않는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강한 외향성을 가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조용한 편이다. 두 사람 간 신뢰, 존경이 없는 상태에서 잘 지내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이번 한일 정상간 만남으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더 기피할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백주 성신여대 일본외교안보론 출강교수는 "'의도'와 '의지'라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정상 간의 '합'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회담 일정' 해프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일방향성, 조급함 등이 장기집권을 노리는 기시다 총리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략적 합은 맞지만, 전술적 합에서는 코가 맞지 않는 관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교 행위에는 치밀한 계산과 준비, 때로는 유연함이 필요한데, 윤 대통령에게는 그러한 자세가 강하게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 역시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정보를 통해 생각해보면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면서 "기시다 총리가 전형적인 관료형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윤 대통령은 기업가형 정치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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