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년 만에 일본 상공 향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대피령·열차 중단…'무덤덤'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번의 원폭…일종의 트라우마"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23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2022.10.04. 사진=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4일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7시 23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2022.10.04.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를 '폭거'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일본 정부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등 한국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지난 4일 오전 7시 23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5년 만이며, 이번이 7번째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도호쿠 지역 북단에 있는 아오모리현 인근 상공을 통과한 것을 확인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을 논의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며, 특히 일본 열도 통과는 일본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북한의 도발을 "폭거"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을 발동해 미사일 발사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와 방송 등을 통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일본 열도 동북단 홋카이도와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주민에게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경보를 내렸다.

이번 미사일 도발에 JR홋카이도가 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했고, 삿포로시의 지하철도 운행을 멈췄다. 삿포로시 소재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등교 시간을 30~45분 늦췄다. 아울러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도쿄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열차 운행까지 중단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한국은 주로 정부 차원의 규탄 성명 혹은 한미 군사 차원의 대응을 한다. 일반 국민들 역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무관심하거나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철구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의 시각에서 일본이 과한 반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반응이 미약하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주로 '또?'라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북한이 한국에게 떼쓰고 있다고 느끼는 우리 국민의 감정과 더불어 오랜 시간 북한을 경험하며 경험치를 쌓아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다르다"면서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대처하며 자연스레 예민해진 일본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감각이 우리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번의 원폭을 경험한 이들이 아직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즉,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지나면서 일본인들이 받는 쇼크는 일종의 트라우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한국 입장에서는 과한 반응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북한 도발을 계기로 일본은 더 세밀한 대응책을 세워나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평화헌법 9조의 개정과 자위대 강화 등에 활용할 가치를 찾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조동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945부터 2022년까지 한국과 일본의 경험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저 시기 동안 안보 위기를 종종 겪어왔다. 하지만 전후 일본이 겪은 위기 중 가장 큰 위기는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이었다"면서 "일본이 안보 위기를 겪지 않은 시간이 무려 80년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일본은 일본의 상공을 가로지른 북한의 미사일에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익숙하지 않은 위험은 주관적으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이에 걸맞은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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