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문재인 전 대통령 향해 "신영복 존경한다면 김일성 주의자"
尹 의중 반영?…"김문수 발언, 유용한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 것"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12./뉴시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12./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인물을 꼽아보라면 단연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 주의자'라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을 예고하는 등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으로 기용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에 장관급으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은 15·16·17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지냈고, 경기도지사도 역임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극우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 역시 김 위원장의 정치적 소신 발언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전 경사노위를 대상으로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제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는 생각에 변함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의원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윤건영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인격모독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하고, 사과 없이는 질의는 무의미하다"며 국정감사 중단을 요청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사과로 파행됐던 국감은 오후에 재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저격하며 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재개된 국감에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페이스북에 "문재인 586 주사파 운동권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 김일성 주의자"라고 올린 글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했다.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면서 "신영복을 존중하면 확실하게 김일성 주의자"라고 답했다.

전 의원이 "정정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신영복 선생은 저의 대학교 선배다. 그분의 주변에 있는 분과 같이 운동을 했기 때문에 (안다.)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는 사람은 김일성 주의자"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퇴장 명령을 내려야 한다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국감 다음날인 13일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 위원장을 성토하는 한편 "김문수를 위원장 자리에 임명한 윤 대통령은 '인사 참사'에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규탄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이 전 정부 저격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 '윤심(尹心)'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김문수 전 지사를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에게 애정이 있거나 '윤심'을 주어서라기보다는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보답, 과거 노동운동 경력, 주위 측근들의 천거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도 '문재인은 김일성 주의자'라고 외치는 것이 결코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자신의 발언이 유용한 정치적 도구로 쓰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짚었다.

또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저격수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윤석열 정권은 현재 정치지형을 뒤집는 방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타격하는 방법을 택했다"며 "김 위원장은 유용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면서 "윤석열은 다음 총선에서 MB(이명박) 라인을 치워버리고 자신의 라인으로 줄 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설사 민주당 저격용 라이플로 김문수가 쓰인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을 대통령의 기획에 따른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경사노위 위원장 직책의 특성상 전 정부 저격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언 사후에 대통령이 뒷받침해주는 것은 계속되는 신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 관련 더 큰 문제가 있다면 노사정 대타협에 적격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이를 모르고 소위 보수진영 내 자리 나누기나 구색 맞추기로 임명했거나, 아니면 노사정 대화 결렬 내지 노정 갈등을 의도하고 임명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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