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진=CJ그룹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비비고 만두' 시장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특히 그룹 대표 '전략‧재무통'으로 불릴 정도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2020년 12월 그가 사령탑에 오른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현 회장의 '2023 중기 비전'에 발맞춰 미래식품 승부수도 던졌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선택과 집중, 혁신성장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포부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CJ제일제당은 조직개편을 통해 FNT 사업부문을 신설, 고부가가치 미래 사업을 육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 '훈풍' CJ제일제당, 분기 매출 5조원 첫 돌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한 8조11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8% 늘어난 4842억원으로 집계됐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별도 기준 매출액은 5조13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7% 증가했다. 자회사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분기 매출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0.0% 늘어난 386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비비고 브랜드 글로벌전략제품(GSP)을 중심으로 확장을 이어갔고, 고수익 핵심제품군 판매 증가와 비용구조 개선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국가별로는 미국 GSP 매출이 1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슈완스는 올 3분기 생산성 개선과 고정비 절감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었다. 일명 '슈완스 인수' 효과로 이는 CJ제일제당이 추진한 인수합병(M&A)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2019년 CJ㈜ 경영전략총괄로 있을 당시 최 대표가 인수 작업을 총괄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력 제품인 비비고 만두는 올 3분기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 44%를 돌파했다. 1위 수성뿐 아니라 3분기 미국 그로서리 채널 만두 매출도 62% 늘었다. CJ제일제당의 미국 그로서리 만두 점유율은 2019년 26%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 3분기 말에는 44.1%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비비고 브랜드 점유율도 8.1%에서 32.7%로 뛰었다.

CJ제일제당은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과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비비고 만두‧치킨‧가공밥‧롤‧K-소스‧김치‧김 등 글로벌전략제품(GSP) 7종을 필두로 식물성 식품(Plant-based) 육성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과 그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과 그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사진=CJ그룹

◆ 미국 넘어 유럽으로…'오너 3세' 이선호 보폭 확대에 역할 막중

"유럽을 빼고는 우리의 글로벌 전략이 완성되지 않는다"

최은석 대표는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비비고 만두를 필두로 유럽 시장에서 오는 2027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유럽 공략 전초기지로는 영국을 낙점했다. 지난 5월 영국법인을 설립했으며,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와 올 초 준공한 '글로벌 생산과 수출(Global to Global)' 첫 모델인 베트남 키즈나 공장 등의 생산 거점도 확보했다.

특히 지난달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내부 승진하면서 최 대표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CJ제일제당은 올 초 국내 사업부와 분리된 글로벌 헤드쿼터(HQ)를 출범하고 산하에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하는 식품성장추진실을 별도로 신설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전략기획, 신사업 투자(M&A), 식물성 식품 등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미주뿐 아니라 유럽과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만큼 향후 글로벌 성과를 토대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진=CJ제일제당
사진=CJ제일제당

◆ 고부가가치 '미래식품' 승부수…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도 '눈길'

최 대표에게는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는 특명도 주어졌다. 이재현 회장이 중기전략 키워드로 ▲초격차역량 확보 ▲4대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가속화 ▲최고인재 확보 ▲재무전략 고도화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그룹 CEO(최고경영자) 미팅에서 "2023~2025년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시장에 안주해 쇠퇴의 길을 가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라며 "CEO들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온리원 철학을 담은 비전으로 초격차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계획을 신속하게 수립, 내년에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는 앞서 지난해 11월 C‧P‧W‧S(문화‧플랫폼‧건강‧지속가능성)를 4대 성장엔진 키워드로 제시하고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 투자해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 성장엔진에서 창출한다는 목표다.

이에 최 대표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레터를 통해 "CJ제일제당이 크게 도전해 볼 사업분야로 식품‧바이오‧FNT‧피드앤케어(Feed&Care)를 선정하게 됐다"며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FNT(Food&Nutrition Tech) 사업부문도 신설했다. 고부가가치 미래 사업인 ▲미래 식품소재 ▲영양(Nutrition) 솔루션 ▲대체단백 ▲배양 단백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복안이다. 특히 FNT 사업 부문 내 기획·운영과 신사업개발, 마케팅, 연구개발(R&D) 조직까지 갖춰 하나의 사업체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CJ제일제당은 원료 경쟁력 강화, R&D 고도화, 전략적 투자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FNT 사업부문 매출을 2025년 2조원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은 이선호 실장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일으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플랜테이블 제품은 출시 6개월 만에 미국, 일본, 호주 등 2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제품 라인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론칭 초기 비건 만두와 김치에 이어 지난 7월에는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주먹밥 등 신제품 4종을 선보였다.

인천 2공장에 연 1000t(톤)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추가 증설을 검토할 예정이다. 회사는 할랄 기반 동남아 시장 진출에 앞서 인도네시아 식물성 스타트업인 '그린레벨'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대체 단백 사업의 경우 기존 식물성 소재 'TVP' 기술을 강화하는 한편 미생물 발효를 기반으로 새로운 단백질 원료 개발에 나선다"며 "맞춤형 영양 솔루션 사업뿐 아니라 육류가 함유된 대부분의 가공식품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이 식물성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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