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염통꼬치·옛날통닭·어묵탕 등 1000원 인상
18종 품목 공급가도 최대 30%↑…가맹점주 피해 우려 제기

역전할머니맥주 매장 내부 전경. 사진=역전에프앤씨
역전할머니맥주 매장 내부 전경. 사진=역전에프앤씨

[월요신문=이인영 기자]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전할머니맥주'가 이달 30일부터 안주 메뉴 9종 가격을 1000원씩 일괄 인상한다. 이와 동시에 가맹점 식자재 공급가도 최대 30%가량 올린다고 공지한 가운데, '가성비 맥주집' 위상이 흔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전할머니맥주를 운영하는 역전에프앤씨는 지난 21일 가맹점주 대상 공문을 통해 "하반기 신메뉴 출시에 따른 기타 제반사항 및 가격정책 변경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먼저 소비자가격 인상은 오는 30일부터 적용된다. 인상 품목은 대표 안주 메뉴인 염통꼬치와 옛날통닭을 비롯해 노가리, 마요라면땅, 바지락순두부, 어묵탕, 불짬뽕탕, 할매네술국, 모듬소시지 등 9개로 모두 1000원씩 오른다.

품목별 최대 인상률은 33.3%로 나타났다. 마요라면땅은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이 된다. 이외 '1만원 미만 가성비 메뉴'인 불짬뽕탕과 할매네술국은 9000원에서 1만원으로, 바지락순두부와 어묵탕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각각 가격이 조정된다.

또 내달 1일부터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품목 18종 가격도 인상된다. 할맥전용유는 기존 4만6000원에서 6만원으로 30.4% 오른다. 이밖에 염통꼬치(8700원→1만700원), 할맥 체다슬라이스 치즈(1만5500원→1만8000원), 황태 디핑용 소스(8600원→9500원), 할맥 전용잔 300cc(2만원→2만2000원) 등도 공급가가 조정된다.

역전할머니맥주는 저온 숙성 보관 방식의 시그니처 '살얼음 맥주'와 가성비 안주로 MZ세대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맥주 가격(서울 영등포구 기준)은 300cc 2700원, 500cc 3700원으로, 일반 주점 대비 저렴한 편에 속한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가맹점 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2016년 5개에서 시작해 2019년 386개, 2020년 672개, 지난해 783개 올해 4월 기준 800개까지 확대됐다.

이번 가격 인상은 최근 고물가 기조 속 원부자재값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어필된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일수록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는 특성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앞서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는 '압구정 봉구비어(이하 봉구비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봉구비어는 스몰비어(small beer) 원조 격으로 지난 2012년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스몰비어란 저렴한 가격에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주점을 일컫는 말이다. 봉구비어는 골목상권에 입점해 임대료를 낮추고 1인 운영이 가능한 오픈바 시스템, 간소화된 메뉴 등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에 2015년 700호점을 돌파하는 등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그 기세가 꺾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봉구비어 가맹점 수는 2019년 369개에서 2020년 338개, 지난해 284개로 줄었다.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을 뿐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주요 메뉴 가격이 인상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봉구비어는 과거 스몰비어 시장을 선도했으나 이른바 미투 브랜드 난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대체재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로,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매출 하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역전할머니맥주는 지난 5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당시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역전할머니맥주 운영사인 역전에프앤씨 지분 100%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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