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기업' 행세를 하는 부실 외국계 다단계기업들이 늘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들은 본사가 외국에 있을 뿐 사실상 해외 판매 활동이 전무하고 한국에서만 주로 활동을 하는 등 껍데기만 '글로벌기업'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국계기업이라면 일단 믿고 보고 무조건 국내 기업보다 제품의 질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노린 것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일부러 외국에 본사를 내는 곳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직접판매 시장에는 외국계 다단계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경영이 부실하고 소비자에 피해만 양산하는 기업들이 종종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계 다단계기업의 한국행 붐은 200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들은 '시장확대'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한국을 주요시장으로 노리고 진출한 경우가 많다. 그동안 한국의 방문판매법이 다소 외국에 비해 다소 느슨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던 만큼, 외국계 다단계기업들이 자국에서보다 두 배에 가까운 이익을 얻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계기업이라고
무조건 믿었다가는 큰일

 

한국의 방문판매법은 그동안 판매원 수당을 매출의 35%까지만 지급할 수 있도록 틀어 막고 있었기 때문에, 만일 외국계기업이 자국에서 70%를 판매원 수당으로 지급했다면 한국에서는 나머지 35%를 고스란히 회사가 가져갈 수 있었다.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 시장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던 것이다.

 
외국계 다단계기업 중 일부 악성기업들은 제품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피라미드 형 사업방식으로 판매원들을 유인하거나, 국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등에는 인색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경쟁 등으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일본의 다단계기업의 경우, 주 영양소인 루테인 함량이 18mg에 불과한 건강기능식품을 국내 제약사에서 출시한 루테인 20mg 함유 제품보다 3배 가까이 더 비싼 16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6년에는 3년여의 무등록 영업 끝에 국내에 진출했던 타히티안 노니가 국내 인력을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지역 지점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의 의견은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결정해 빈축을 샀던 바 있다.

 
뉴웨이스와 니켄 등이 철수할 때도 국내의 사업자들은 모두 고스란히 피해자로 전락해야만 했다. 이처럼 외국계기업이라고 무조건 안정적이지만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미국본사는 홍보용?

 

미국 등 외국에 본사를 두고 거대 글로벌기업인 양 소개를 하고 행세를 하지만, 실상 알고 보면 수준 미달의 기업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만 활발히 판매 활동을 할 뿐 사실상 해외 판매가 거의 전무한 기업들도 많다고.

 

이익 남기기가 쉬운 한국에서의 활동을 위해 일부러 외국에 본사를 차리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도 많다고 한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A사는 사실 미국 내에서는 다단계판매실적이 거의 저조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06년 한국에서 개업했다가 3년만에 폐업했던 레가시코리아는 총판권을 얻은 것만으로 글로벌기업인양 행세해 다수의 피해자를 남겼다.

 
레가시코리아는 당시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 안 모씨가 글로벌기업 레가시의 국내 총판권을 획득해 회사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다단계판매 방식을 채택한 것이었다. 가족기업 개념이지 레가시 본사와는 사실상 따로였던 것이다.

 
또 한 회사는 현재 회사를 설립한 지 만 2년이 되지 않은 신생사인데, 미국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실적조차 잡히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기업 행세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법인을 설립한 C사 역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미국 내 판매실적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단순히 한국시장에서의 수익만을 노리며 국내로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공제조합에 다단계업체로 등록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는 동안 제품 통관을 하지 못했으면서도, 예약 주문을 계속 받아 적발되는 바람에 시정요구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들 부실 외국계 다단계 기업은, 외국계 기업이라면 무조건 '글로벌기업'으로 보고 신뢰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경향을 노린 것으로, 이런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외국계기업의 제품이라고 반드시 제품 질이 국내기업들의 것보다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국내 다단계업체들도 우수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기업과 수준이 비교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또,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때 본국에서의 영업기간과 실적 등을 확실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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