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어떤 옷을 입고 악세서리를 다느냐에 따라 철도여행의 품격과 추억이 달라질 것입니다. 적어도 철도여행에 추억과 낭만 그리고 멋을 디자인하는 것이 제 역할인 듯 합니다.“

길기연 코레일관광개발 사장. 취임 후 1년6개월, 그에게 많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철도교통의 서비스 혁명가, 사기업, 공기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은 CEO, 아이디어 뱅크 등... 그것도 내부에서 얻은 별명이다. ‘임기중 1천억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그리 어렵지 않은 숙제인 듯 싶다.

고려 삼은의 한사람인 야은 길재 선생의 19대 손이기도한 길 사장. 최근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2011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고객만족 경영 부문을 수상했다. 바로길 대표가 열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감성과 고품격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과 실천이 인정받은 것이다.

 

 

 

2004년 8월 설립된 코레일관광개발은 기차여행이 확산되는 추세에 맞취 관광 여행사업과 승무서비스사업(승무서비스 제공 및 교육사업), 유통사업(객실 내 판매서비스)을 주력으로 하는 코레일의 관계사 중 하나.

 

길사장은 취임 후 다양한 테마관광열차를 운영하여 저탄소 녹색 성장의 정부시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을 가려는 110만명의 내국인을 국내여행으로 송객하며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폐철로/폐자원을 적극 활용한 정선 레일바이크와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등의 ‘테마파크’ 개발 사업을 통해 소위 볼거리와 즐길 거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했다.

 

'해랑' 여행업계 그랜드 슬램

 

대표적 예로 레일크루즈 '해랑'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일본 JATA 세계여행박람회에서 '교통성 대신상'과 'Award of Year 2010'의 동시 수상, 여행업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 '열차 내 온라인 도시락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열차 내에서도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지난날 세계 80여 개국을 여행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성과로 묻어나오고 있다.

 

그런 길 대표가 처음 여행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7년. 당시 국내 최대 여행사였던 아주관광여행사에 입사한 그가 처음 배치된 부서는 패키지상품 판매 파트. 입사 초기, 학벌·지연으로 뭉치고 텃세가 심한 조직문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선한 아이디어와 특유의 추진력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초고속 과장 승진을 이뤄냈다.

 

그러던 1989년, 정부의 여행시장 자유화와 함께 당시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미국 D.F.S 계열사인 다국적 리조트호텔 기업 퍼시픽아일랜드클럽(PIC)가 길 대표를 스카웃했다.

당시 PIC는 국내 고객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서른살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 PIC사업총괄부장을 맡긴 것이다.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그는 국내 대표 여행사들을 모아 현지 팸투어를 떠나는 한편 호텔 그랜드볼룸을 빌려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고, 결국 3개월 만에 매달 1,000명을 모객해 현지로 여행을 보내는 성과를 거뒀다. PIC에서 자신감을 얻은 길 대표는 허니문이 해외로 넓어질 것으로 판단해 1992년 아예 허니문여행사를 차렸다.

 

‘기차 여행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녹색 여행’

 

"기차 여행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녹색 여행입니다. KTX 1량에는 18칸의 객실이 붙는데 약 1,000명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수송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만 원 선이지만 만약 승용차로 태워서 이들을 나른다면 차 한 대 당 4명씩, 모두 250대의 차가 움직여야 합니다. 10만원씩만 잡아도 2,500만원이 들고 도로 마모와 대기 오염 등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게다가 승용차는 산길 등을 누비며 자연을 훼손하기 쉬운 반면 기차는 이미 닦여진 철길로만 다니기 때문에 무차별로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자연을 관조하는 여유는 덤이구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 대신 기차를 탈 경우, 소나무 11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는 한국교육연구원의 분석은 이런 길 대표의 논리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코레일관광개발은 KTX 경부선 2단계 개통에 맞춰 렌터카사업도 폭을 넓혔다. '지금까지는 기차역에 내리면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법을 따로 찾아야 했지만 기차와 렌터카를 연계하고 가격 혜택까지 제공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 원스톱 철도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향상·철도 연계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며 동대구역과 신경주역에 이어 상반기 중 울산역도 오픈 예정‘이란 게 길기연 대표의 얘기다.

 

‘이제 기차여행도 크루즈여행과 같이 다양한 레저와 쇼핑,관람이 이뤄질 수 있는 복합레저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길 사장. 그의 이후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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