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촌간 계열분리 가속도 움직임

   
 
SK그룹 주변에서 사촌간 계열분리 움직임이 다시금 감지되고 있다. 최태원·재원 형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최신원 SKC 회장측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윅스 지분 매집은 이 같은 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SK그룹은 고 최종건 창업주가 그룹의 토대를 닦았지만, 실질적인 성장을 이끈 이는 최종건 창업주의 친동생이자 2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이다. 최종건 창업주가 1953년 선경직물(현 SK네트윅스) 사장에 오르고 20년 뒤인 1973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별세하자, 그를 이어 회사를 이끌게 된 최종현 회장이 특출한 경영능력을 자랑하며 짧은 시간 만에 회사를 급속도로 성장시킨 것.
미국 유학파 출신인 최종현 회장은 섬유와 호텔업 등을 영위하며 중견기업에 머물고 있던 당시 선경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도 그룹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정유와 통신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최종현 회장 역시 지난 1998년 일흔의 나이로 별세하면서 SK그룹은 후계자 문제에 봉착했다. 당시로서는 오너가 자제 중 회장으로 마땅히 내세울 만한 인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SK 오너가는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에게 잠시 그룹을 맡겼는데 그 역시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SK 오너가에서는 부랴부랴 집안사람 중 새로운 회장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SK 오너가의 선택은 큰집인 최종건 창업주의 자제가 아닌 작은집의 맏이 최태원 회장이었다. 그는 최종현 회장의 적자로서 보유지분도 상당했고, 젊고 유능한 인재로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큰집을 대표하던 최신원 회장은 당시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언론 노출을 지극히 자제하던 인사였기에, 양측은 최신원 회장과 그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SKC와 SK케미컬을 각각 독립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포지션 정리를 마친 바 있다.

   
 
이후 5년여가 흐른 지난 2010년부터 재계에서는 심심찮게 SK의 사촌경영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돌았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던 최신원 회장이 언론 노출이 잦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공공연히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기회가 되면 계열분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SK 오너가의 계열분리 경우성에 대해 숱한 경우에 수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최신원·창원 형제가 이끌고 있는 SKC와 SK케미컬 외에 SK텔레시스 및 SK네트윅스 내지 SK증권 등이 포함된 소규모 계열분리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반면 최태원 회장측은 물론 대다수 업계 인사들은 최신원 회장측의 계열분리가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최신원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지분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자 SK 계열분리와 관련한 새로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만약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예상외로 중징계를 받으면 상당한 경영공백이 예상되는데, 최신원 회장이 이 기회를 틈타 관련 계열사 보유 지분을 확대하는 등을 계열분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신원 회장은 최근 들어 아버지의 유지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SK네트윅스 지분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신원 회장은 이 회사 보유 지분률은 0.11%까지 끌어 올린 상태로, 이는 개인 중에는 최대 주주에 해당한다. 또한 최신원 회장은 최근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차례 계열분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분사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계열분리와 관련 SKC에서는 SK네트윅스 지분 매집이 ‘단순투자 목적’일 뿐이라고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며, 금융권에서도 최태원 회장측과의 현저한 지분차를 이유로 최신원 회장의 계열사 지분 매집을 계열분리를 위한 단순 시위성 투자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