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대해 도덕성 논란이 일자 3월 31일 급하게 사과문을 냈지만, 법정관리 전 기업어음(CP)을 판매한 것과 관련 대주주 책임 문제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LIG건설이 자금난에 빠지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대해 오너일가의 무리한 사업진행과 그에 대한 책임 의식의 결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LIG건설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LIG건설은 3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국민 여러분과 채권자, 협력업체, 분양고객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법정관리 신청 경위에 대해서는 "사업장 대부분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입된 자금이 적기에 회수되지 못했고, 시행사의 지급 보증과 공사대여금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권이 차입금과 CP에 대한 만기연장을 제한하고 조기회수 압박도 심해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금융권은 LIG건설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책임감 없는 대주주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노출된 LIG손해보험의 CEO 리스크는 '오너 일가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그에 대한 책임의식 결여'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LIG그룹은 2004년 넥스원퓨처(현 LIG넥스원)를 설립하고 2006년 건영을 인수해 방산과 건설 부문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했는데, 이 가운데 그룹 대주주들이 건영과 한보건설을 대규모 차입을 통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LIG그룹이 오너일가 중심의 지배체제로 구성돼,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주주의 뜻에 따라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LIG건설은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10년 302억원을 투입해 한보건설을 흡수합병했는데, 당시 건설 경기가 불투명함에도 정상화보다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을 합병해 이때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LIG그룹 대주주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이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 후 넥스젠캐피탈에 담보로 맡겨뒀던 LIG손해보험 지분 5.8%(352만7천870주)와 2.80%(168만1천420주)를 상환해 LIG그룹에 맡기고 자금을 융통한 것과 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넥스젠캐피탈이 LIG손보의 지분을 매매할 경우 LIG손보 지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 채권자를 계열사로 바꾼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주식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LIG건설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대주주 지분만을 지키는 모습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 누가 책임지나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 이후 투자자들과 금융권에서는 LIG그룹이 채권단과의 협의 한 번 없이 '꼬리 자르기'를 했다며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다른 기업이었다가 모기업에 인수된 경우 계열사의 자금난을 방치하는 식의 '꼬리자르기'에 대해 또 한 번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게다가 LIG건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칠 것을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하기 10일 전에 약 42억원이라는 거금의 기업어음(CP)을 발생한 것에 대해 LIG그룹의 도덕적해이 논란까지 일고 있다. LIG건설은 CP 발행 시 LIG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거론하며 중개 증권사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LIG건설이 발행한 CP 중 일반에 판매된 것은 1,976억원치로 이중 80%를 우리투자증권이 판매했으며, 특히 42억원어치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약 10일 전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기업어음 투자자들은 "우리투자증권이 CP를 판매할 때 모기업의 자금 중단 지원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3월 30일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도 LIG건설의 모기업격인 LIG손해보험과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검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여기에 맞물려 우리투자증권은 "LIG건설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은 LIG그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LIG건설에 자금을 조달해줬으나 LIG건설과 LIG그룹은 피해자들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신뢰와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금융업을 주력으로 하는 LIG그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LIG건설이 CP 발행과 관련해 우리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고객을 속인 점이 있다면 이를 철저히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번 LIG 건설 사태로 금융당국은 모그룹이 무책임하게 꼬리를 자르면 결국 건설사에 대출해준 은행이 문제가 생기고 PF 부실 문제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시중은행들은 4월부터 시작되는 정기 기업신용평가에서 건설사에 대한 평가기준을 더욱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모기업 지원'을 기대해 대기업 계열사에 일반 건설사보다 혜택을 더 주지 않고 까다롭게 보겠다는 것이다.

 

다른 건설사들의 고민도 커졌다. 건설사들은 이제 든든한 지원군(재벌 모그룹)이 있다 해도 기업의 존폐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불안해하고 있으며, 특히 중견 건설사들은 "앞으로 금융사들이 건설사에 대한 채권 회수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멀쩡한 중견 건설사들도 채무 상환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LIG 건설 사태의 후폭풍은 좀처럼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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