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담합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뒤, 오히려 이를 악용한 ‘담합’의 가능성이 제기 돼 당국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 또는 기업인이 해당 사실을 자진 신고할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약하게 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로써, 증거 확보가 어려운 담합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들의 자진 신고를 이끌어내는 이면에 ‘선착순’이라는 원칙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담합행위에 대한 적발력을 높일 뿐 아니라, 관련 기업이 상대 기업을 신고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담합행위의 시도를 사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최근 공정위는 이런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해 기업들의 굵직한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기업들의 담합이 최근 수년간 공정위의 철퇴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담합을 인지한 사건의 비율은 지난 2006년 22.2%에서 2010년 69.2%, 2013년 79.3%로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니언시를 통해 담합행위를 주도한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 갈 뿐 아니라, 도리어 ‘리니언시의 원리’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특정 사업의 담합행위에 가담한 기업들이 자기들끼리 공정위에 자진신고할 순서를 정해 면죄부를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또다른 ‘담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해당 사업에서 자진신고 순위에 들어가지 못해 과징금을 물은 기업이 있다면, 이 기업이 다음 사업에서는 담합 후 자진신고 1순위를 맡게 된다. 이는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통해 돌아가면서 차례로 과징금을 면제받게 되는 방식이다. 즉, 먼저 자진신고를 한 업체의 경우 처벌을 면해 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기존에 해왔던 ‘담합’은 계속되고, 기업들은 다시금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김미화 사회1팀 기자.

사실 기업들의 담합은 지금까지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담합의 유혹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불공정한 담합이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논하기에 앞서 기업들이 왜 담합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제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위해 기업 스스로의 반성과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야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향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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