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월요신문 김다린 기자] '주식 투자 고수'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이 주식을 매도한 뒤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가 과세당국과 소송이 붙어 결국 1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물게 됐다. 과세당국은 윤 회장 일가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소유하고 있던 삼성물산·삼성중공업의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납부를 요청했다. 그러나 윤 회장 일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4년에 걸친 공방 끝에 패소했다. 이로 인해 본업인 제약사업 보다 주식 투자로 더 주목을 받던 윤 회장은 세테크에서도 쓴맛을 보게 됐다.

   
▲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

삼성물산·삼성중공업 주식 팔고 양도세 신고 안하다 적발
삼성SDS 상장에 웃었지만 과세당국과의 세금 소송서 패소

윤 회장 일가 4명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98억6806만원 규모의 주식 양도소득세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과세당국은 윤 회장 일가가 삼성물산·삼성중공업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법인 주식 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지난 2010년 8월경 양도세 납부를 통보했다.

윤 회장 일가는 이에 대해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특별1부는 “대주주에 해당돼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양도는 과세대상”이라며 “청구인들은 양도일 직전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청구인들 및 특수관계자들의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지난 6월 26일 판시했다.

투자회사? 제약회사?

항생제와 비만치료제 등을 주로 생산하는 제약회사인 일성신약은 본업인 제약보다 주식투자로 더욱 주목을 받아온 회사다.

일성신약은 현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의 창립자이자 원조 주식고수로 불리는 윤병강 회장이 지난 1954년에 설립한 제약사다.

일성신약은 항생제 분야에서는 꽤 경쟁력이 있는 제약사였지만 수년간 매출 및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317억원으로 전년 동기(313억원) 대비 5.6%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1억원, 순이익은 20억원으로 각각 34.8%, 75.69% 감소했다.

일성신약은 과거 KT에 장기투자하고 SK와 삼성중공업 현대오토넷 한국전력 등에도 투자해 이익을 내며 제약사가 아닌 투자회사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일성신약은 현재 삼성물산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다.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가치는 현재 주가를 감안했을 때 237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일성신약의 시총인 2324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지난 6월 삼성SDS의 상장 소식으로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가치가 크게 부각되며 이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9.05% 오른 1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물산은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성신약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식 330만2070주(2.0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윤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양도소득세 납부 소송에서 패하며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내야 될 세금만 98억원

윤 회장 일가의 이번 소송 사건은 삼성 계열사 주식의 현금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010년 6월부터 8월까지 과세당국은 윤 회장과 그의 부인인 박경숙씨, 그들의 두 딸이 6차례에 걸쳐 처분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을 적발하고 이를 고지했다.

윤 회장 일가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총 98억6806만원이었다. 윤 회장 일가는 이에 불복, 같은 해 8월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윤 회장 일가는 “주식 처분 당시 윤 회장 일가가 가진 일성신약의 주식이 31~32%에 불과해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 2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수관계자(발행주식 총수의 50/100)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당국이 일성신약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삼성중공업의 지분까지 포함해 잘못 판단하고 과세자료를 통보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회장 일가가 소유한 주식 전부를 묶어 삼성물산·삼성중공업의 대주주로 판단하는 것은 소득세법 제1조의 개인과세원칙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윤 회장 일가의 주장과는 달랐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친족 및 기타 특수 관계에 있는 자가 양도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 주식 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세당국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윤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삼성중공업의 주식이 각 사업연도 종료일 시가총액이 100억원이 넘는다.

윤 회장 일가의 삼성물산 보유주식 시가총액은 2004년 120억원을 시작으로 2005년 170억원, 2006년 211억원, 2007년에는 344억원이었다.

또한 삼성중공업 보유주식 시가총액은 거래가 진행된 2005년 당시 652억원에 달했다.

윤 회장 일가의 보유 주식을 모두 묶어 대주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 법원은 “대주주의 범위를 법률보다는 대통령령에서 정해 경제규모의 변동 등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어 위법한 내용이 아니다”며 “대주주의 범위에 주주 1인과 일정 범위에 있는 특수관계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법원은 1심과 2심, 대법원 판결에서 모두 윤 회장 일가의 패소를 판결했고 윤 회장 일가는 결국 1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물게 됐다.

이에 대해 일성신약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움직인 게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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