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 단속에 전방위적으로 나선 가운데 공중보건의 등 1000명의 의사와 15개 제약사가 연류된 정황이 포착돼 업계 내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제약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환자에게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준 혐의로 전·현진 공중보건의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전국의 공중보건의와 대학병원 의사 등 최소 1000여 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적사항이 확인된 102명을 대상으로 1차 소환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는 이번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들이 어디 어디인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의사가 처벌되는 사례가 나올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수사 2계에 따르면 전직 공중보건의 김 모씨(35)는 2007년 4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울산의 모 자치단체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여러 제약사로부터 특정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수십 회에 걸쳐 4000만원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현직 공중보건의인 박모씨(34)씨와 이모씨(33)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2000만원과 100만원 등 총 6100만원을 제공받아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다.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 정부의 합동조사와는 별개로 경찰까지 리베이트 척결에 나서고 있는 것에, 제약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경찰도 팔 걷고 나서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측도, 제공받은 의사도 함께 처벌을 받게 되는데, 형법상 공무원 신분인 공중보건의 및 국립병원 의사는 형법 129(수뢰죄, 5년이하 징역), 종합병원 전문의는 형법 357(배임수재, 5년이하징역, 1천만원이하벌금) 등에 따라 형사 처벌된다.


이번 울산경찰청 조사로 리베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의사들은 전국의 종합병원, 대학병원 의사 등 1000여 명. 이 중 인적사항이 파악된 의사 102명이 1차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울산의 모 자치단체 전 공중보건의 김씨 등은 특정 제약사의 신약 설명회를 음식점에서 열고, 음식값을 제약회사가 대신 결제하도록 하거나 신약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대가로 현금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제약사 관계자들은 의사들이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처방률에 따라 약제 대금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의사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이번에 밝혀진 의사 1000여명은 현재 확인된 숫자이며,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더 많은 의사들이 연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로부터 돈을 받은 공중보건의는 뇌물죄에 해당하며, 일반의사는 배임수죄에 해당한다. 또 이번 리베이트에 연루된 15개 제약사 관계자들은 배임증죄나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적발된 의료인들이 쌍벌제 시행 이후에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처벌 강도가 높아져 쌍벌제 적용의 첫 사례가 될 지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제약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 신원이 확인된 전국의 공중보건의와 의사 등 102명을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 수사는 최대 3~4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전국에 걸친 수사 확대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검찰은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출범시켜, 제약회사, 병.의원(의료인) 등을 중심으로 의약품 리베이트에 관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리베이트 의혹이 있는 제약회사 5, 6곳과 의료기관 100여 곳에 대한 정보를 검찰에 넘긴 상태다.

 

 

제약사들 좌불안석

 

이번에 공중보건의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제약사는 D회사, N회사, L회사 등 15개 업체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사를 포함한 외국계 제약회사까지 두루 포진돼 있다고 한다.

 
경찰 발표에 따라 제약사들의 이니셜이 마구 쏟아지자 업계에서는 이니셜만으로 의심을 받는 등 혼란이 속출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리베이트 의혹이 있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관의 명단을 건네 받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은 11일 전후로 조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가 제약업계에서는 복지부가 넘긴 업체 명단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명단에 포함된 5~6군데 업체 중 상위권 제약사가 한 곳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던 것.

 
과거에는 능력 있는 대관 담당자들이 복지부 조사 직전이나 도중에 명단을 입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복지부 주도의 문전약국과 도매업소 조사보다 검찰 수사반의 제약사와 의료기관 조사에 좀 더 비중이 실리면서, 세부 내용 보안이 더욱 철저해져 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해 복지부가 법인카드 내역을 조사했던 10개 상위권 제약사와 올해 초 30억원 벌금형을 받았던 D제약사, 약가 인하를 검토 중인 철원 지역 8개 제약사, C제약사, 작년 리베이트 조사에서 적발됐던 4개 제약사 등이 거론되기도 해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편 제약업계에 리베이트가 성행하게 된 데에는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 보호를 이유로 복제약값을 높게 책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가 많이 드는 신약 개발보다 개발이 쉬운 복제약을 만들어놓고 경쟁을 위해 리베이트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


이전에는 현금, 상품권, 주유권, 의료기기 자문료 등의 리베이트 방식이 이뤄졌다면, 최근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부터는 약품 결제 대금을 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등 편법도 성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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