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정부의 사이버 검열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떠오른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아예 전향한 이들이 있는가하면, 카카오톡을 유지한 채 텔레그램을 내려 받고 상황을 살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찌됐든 카카오톡이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명백하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상의 대통령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한 후인 지난달 18일 ‘사이버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발족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해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직접 수사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떤 공간·어떤 성격의 글이 감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내놓지는 않았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여기에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이 압수수색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정 부대표는 ‘6.10 청와대 만민공동회’ 주최자로서,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해 현행법으로 구속·수사 받을 당시 카카오톡을 압수수색 당했다. 그의 카카오톡에는 노동당 중앙당, 초등학교 동창, 비정규직 문제 관련, 세월호 참사 관련, 언론사 기자 등 다양한 채팅방이 존재했다. 대화방에는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와 자신의 정치성향이 담긴 내용도 있었다.

지난 13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 ‘밴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까지 들여다봤다며 경찰을 질타했다.

현재까지 카카오톡의 전체 이용자 중 40만명 이상이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다. 카카오톡과 함께 라인, 네이트온, 마이피플, 챗온과 같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도 지난달 이후 55만명 이상이 이탈하는 타격을 입었다. 국내 IT 기업들은 현재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자리에서 ‘감청영장 불응’에 대한 뜻을 재차 밝혔다. 뒤늦게나마 3000만여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며 정부를 상대로 강수를 둔 것이다.

   
 

 

 


반면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국감에서 앞으로의 감청영장 결재 절차를 강화하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간 있었던 검열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상황을 크게 보면 논란을 야기한 쪽보다 힘없이 동조한 쪽이 뭇매를 맞은 모양새다. 국내 IT기업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린 데에는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합당한 법제도와 절차를 만들어 기업과 이용자가 피해를 떠안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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