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서구 S백화점 이용고객이 주차장에서 괴한에 납치된 사건과 관련해, 백화점 측이 의심스런 정황을 인지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뒤늦게 일고 있다. 주차장 관리 용역업체에서 백화점 측에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을 보고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S백화점 측은 주차 관리팀이 목격자의 제보를 받고 고객의 차량을 살폈을 때는 특이한 정황이 없었으며, 이후 확인 차 고객에게 계속 연락을 취하다 연결이 됐을 때는 이미 풀려난 고객이 직접 신고한다는 말에 더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이 사건은 백화점 건물 내 주차장에서 일어난 것처럼 알려져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백화점 근처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공용주차장으로, S백화점은 이곳의 용역업체와 관리 계약을 맺고 고객들이 주차장을 이용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광주 서부경찰서와 S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 VIP고객인 신모(39·여)씨가 지난 8일 오후 1시 18분께 쇼핑을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던 중 40대로 보이는 괴한에게 납치됐다.

 
신 씨는 11분간 주차장 내 정차된 차 안에서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핸드백 등을 빼앗겼으며, 2시간 여 동안 괴한에게 끌려다니다 백화점 인근 인적이 드문 천변 둔치에서 풀려났다.

 
이 사건을 통해 S백화점 측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경찰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초동 대처를 할 수 없었다는 부분이다.

 

 

목격자 제보도 있었고
차 속 남자도 봤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백화점 측은 CCTV 확인과 주차관리 용역 직원의 제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확실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의심스러운 순간 신고를 통해 초동 대처가 신속하게 이뤄지게 했다면, 납치사건 매뉴얼에 따라 백화점 인근에 긴급배치된 형사들이 용의자가 납치한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신씨가 납치되던 당시, 주차장 관리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은 현장 목격자 오모씨(28)로부터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을 두 차례 제보 받았다. 차량 내에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는 것.
이에 주차팀 직원이 차량 쪽으로 다가가 내부를 살펴봤지만 남자 한 명만이 앉아 있어 의심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특이한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의 차량 내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는 것.

 
이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괴한이 차량을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이때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를 주차장에 떨어뜨리고 갔음에도 주차팀은 이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차팀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CCTV를 확인하고 백화점 측에 분석 결과와 제보내용 등을 보고, 고객의 신상정보를 건네 받았다.

 
해당 주차장은 백화점에서 도급관리 계약을 맺은 용역 업체가 맡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 고객 차량 정보가 등록되어 있어 주차팀이 백화점 고객임을 알 수 있었으며, 백화점 측이 고객의 신상정보를 알려준 것은 '여성 고객이 폭행을 당한 것 같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측이 주차팀 보고를 통해 의심스러운 정황을 파악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주차팀의 보고에도 경찰 신고 등의 조치를 이루지 않아 책임소홀 문제로 뭇매를 맞고 있다.

 
백화점 측은 이에 대해 "확실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 아니라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고객과 연락이 됐을 때는 이미 고객이 풀려난 상태로, 직접 신고하겠다고 말해 범행장소를 다시 점검해 흉기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S백화점 측,
"본건물 주차장 아냐"

 

백화점 측으로부터 고객 전화번호를 건네 받은 주차장 용역업체 직원이 고객 휴대 전화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자택으로 건 전화를 받은 신씨의 아들에게서 "엄마가 수업을 받을 때 전화기를 꺼둔다"는 응답을 받고서는 의심을 지우고 정상 업무를 재개했다고 한다.

 
이후 납치 2시간 10분여만에 풀려난 신씨와 전화연결이 됐지만 직접 신고하겠다고 말해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뒤늦게 찾아낸 흉기와 주차장 CCTV 녹화 내용을 이미 확보해 둔 상태였다. 흉기만 빨리 찾아냈더라도 범죄 사실을 더 빨리 인지하고 신속한 신고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신 씨가 납치된 장소는 백화점이 도급운영을 하고 있는 인근 쇼핑몰의 공용주차장으로, 백화점 측은 "완전 개방형인 주차장에서 그것도 한낮에 납치사건이 발생할 줄 누가 알았겠나"면서 "범인이 상습법이고 CCTV 위치 확인 등 치밀한 계획 하에 납치를 강행해, 경찰이 아닌 주차관리팀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그러나 백화점 내 주차장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고 하는 S백화점의 태도에 많은 이들이 실망을 표하는 한편, 어쨌든 백화점 고객이 당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S백화점의 고객 안전 관리가 어떻게 보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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