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재보선이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선거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둔 여야의 격돌에 따라 규모에 비해, 관심도는 전국적이라고 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이중, 재보선에서 서울 분당을과 더불어 전략지역으로 분류됐던 강원도지사 선거는 가히 전쟁을 방불하기에 충분했다. 새롭게 민심의 선택을 받은 인물도 정치권에서는 비교적, 신인급에 해당하는 민주당 최문순 당선자다. 전직 MBC 기자 출신으로 대표이사를 거쳐,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4월 선거를 통해, 이번엔 행정가로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됐다.

 

방송사 시절 노조 활동으로 평소 개혁적 성향으로 평가돼온 최 당선자는 접경지 강원도를 통일 시대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도정에 첫발을 디디게 됐다. 당선자의 면면과 향후 행보를 살펴본다.

 


 

 

“이번 선거는 혼자의 승리가 아니다. 연대의 승리였으며 통합의 승리다. 힘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다. 연대의 정신, 단일화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 문을 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함께 이끌어 가는 강원도정을 만들겠다” 최근 막을 내린 4.27 재보선에서 강원도지사로 선출된 민주당 최문순 당선자의 소감이다.

 

숙적 엄기영 누르고 승리

 

최 당선자는 지난달 27일 끝난 재보선에서 고교 동문으로 전직 MBC 사장을 지낸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맞아 분전, 51.08%의 득표율을 기록해 46.56%에 그친 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더욱 이번 선거가 재보선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50%에 육박하는 등 높은 투표율을 기록, 지역 선거를 넘는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듯, 이번 선거에서 최 당선자는 기존 학력과 이력에서 빼다 박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불법, 부정 선거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야 했다. 이번 재보선이 같은 정치적 의미가 간단치 않다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실제 여야는 이번 재보선을 향후 정국 운용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내다봤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여기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직접 나선 서울 분당과 더불어, 전략지로 떠오른 곳이 강원도였다는 것은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첨예한 접전으로 이어지게 했다.

 

하지만,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과열된데에는 이러한 정치적 배경에 더해 양대 후보가 알게 모르게 가져온 이른바 ‘경쟁의식’이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 당선자와 엄 후보는 출신과 학력, 전직에서 모두 닮은꼴을 보여온 선후배지간이다.

 

이들에게 다른 것이 있다면 이들의 정치적 성향 뿐, 따라서 이광재 전 지사의 공백을 두고 벌어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그다지 쉬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말이다.

 

고교 동문으로 1기수 차로 MBC 사장을 역임한 전력은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흥미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됐다. 이러한 경력을 따져 이번 선거기간 양측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는 예측됐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리전 양상이 심화되면서, 양측은 불법과 탈법 선거 논란에 고소, 고발 사태까지 빚으며 날카로운 대립을 보여야 했다. 이들은 선거 기간, 전직으로 몸담았던 MBC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도 함께 출연해 정치 현안과 지역 발전을 두고 저 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차별화와 아울러 극심한 견해차를 보여 화제를 모았다.

 

정가에도 알려진 개혁 인사

 

당시 손석희 상명대 교수는 양측 후보에게 전직에 걸 맞는 방송과 언론의 기능, 그리고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해 질문해했다. 이에 대해 엄 후보는 “언론인의 길과 강원도지사(정치인)의 길은 다르다”며 “언론인의 길에서 배운 모든 것을 강원도를 위해서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최 당선자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정치인이라도) 방송사 사장시절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관되게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대립이 선거운동 기간, 접입가경의 길로 치달았던 것은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최 당선자의 입을 통해 나온 소위 ‘화해의 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소감을 통해, “강원도는 하나가 돼야 한다. 선거 과정 중에 있었던 크고 작은 갈등을 화합의 이름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선거 마지막까지 함께 한 엄 후보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며 다시 예전의 좋은 선후배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엄 후보가 추진하려던 정책들을 도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56년 춘천에서 출생해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당선자는 84년 MBC에 입사해, 보도국 기자로 맹활약을 해왔다. 노조위원장을 맡아 사측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96년 해직을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97년 다시 복직돼 98년부터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맡아 2000년 산하 기구인 언론노조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후 2002년 보도국 사회부 차장을 거쳐 인터넷뉴스부 부장을 역임했으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MBC 대표이사로 재임하게 된다. 이 기간 그는 한국방송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로 임기를 마친 2008년, 그의 행보는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20년 넘게 몸담아온 방송언론계를 떠나, 정치인의 길을 택한 것. 최 당선자는 18대 총선에서 당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신청,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에서도 전직을 살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 2007년 7월 한나라당이 강행한 소위 ‘미디어법 개정안’에 반발해 천정배 의원과 함께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장외 투쟁에 나선 바 있다.

 

‘평화 모토’ 지역 발전에 활용 복안

 

이후 약 3개월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며 ‘언론악법 원천무효 1천만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정치권에서 개혁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그의 이른바 ‘반골 이미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강한 의문을 품고 별도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박희태 현 국회의장이 출마했던 2009년 재보선에도 대항마로 출마할 것을 공언하는 등, 보수 세력의 대치에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이러한 활동 중 몇 차례의 논란을 야기한 바도 있는데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당시 주한 러시아 대사의 말을 인용해 ‘내부 폭발’이라는 견해를 드러냈지만 러시아 측의 부인과 사실 왜곡 항의에 최 당선자 측이 사과 성명을 내는 해프닝을 빚은 바 있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최 당선자는 기존 여의도 정치에 몸담은지 3여년만에 강원도정을 책임져야 하는 또 다른 길에 들어서게 됐다. 특히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정치권에서 보여준 개혁 성향의 공약을 잇달아 제시하며 강원도의 발전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최 당선자가 내놓은 청사진 중, 그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공약으로 평가되는 것은 단연 강원도판 ‘제2 개성공단’ 건설이다. 이 공약에서 최 당선자는 항만을 확충하고 경포대에서 제진으로 이어지는 동해북부선을 기반으로 남북합작 최첨단 부품소재산업, 기업도시형 제철산업 공단 조성 등 개성공단과 비슷한 규모의 남북 경제협력 ‘평화 산업단지’을 조성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또 금강산-설악산-철원을 잇는 ‘평화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도 밝혀, 접경지라는 특수성을 지역의 경제 발전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선출의 기쁨도 잠시, 유권자들의 눈은 당선자들에 쏠릴 것이 분명하다.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이제는 행정가로 변신을 거듭해온 최 당선자의 리더십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문순 당선자 프로필

 

56년 춘천 출생

74년 춘천고 졸업

78년 강원대 졸업

84년 MBC 기자 입사

95년 MBC 노조위원장

2005년 MBC 대표이사

2006년 한국방송협회장 역임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10년 민주당 유비쿼터스 위원장

2011년 강원도지사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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