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한나라당으로부터 탈당 요구 거세져

최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거취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친이계이건 친박계이건 이 대통령을 향해 탈당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모두 임기 말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정당을 떠났다. 때문에 이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 역사는 대통령 탈당이라는 오명의 역사를 안고 있는 것이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 국민은 총 5명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을 제외한 네 명의 전직 대통령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당을 탈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 역시 그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은 탈당하지 않는 첫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사실 탈당하지 않는 첫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했던 것은 전직 4명의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모두 탈당을 하게 됐다. 그것도 불명예스럽게.
 

역대 대통령의 탈당 역사는 불행하게도 87년 개헌과 더불어 이뤄졌다. 1992년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후보와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의 갈등이 심했다. 표면적으로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사돈인 SK그룹에 대한 이동통신사업 허가 문제, 한준수 당시 연기군수가 폭로한 ‘관권선거 의혹사건’에 대한 중립 선거관리내각 구성을 위한 부분 개각 요구 등에 대한 반발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민자당을 탈당했다는 것. 하지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후계자로 박철언씨를 지목한데 따른 김영삼 당시 후보의 반발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후계자로 김영삼 당시 후보를 지목하게 됐다. 비록 김영삼 후보가 민자당 후보로 지목됐으나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마음속으로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1992년 9월18일 전격 탈당한 것이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탈당은 김영삼 당시 후보에게 뜻밖의 타격을 줬다. 이 때문에 김영삼 당시 후보는 훗날 “노 대통령이 나를 대통령에 당선시키지 않기 위해 탈당했다”라고 주장했다.

바람 잘 날 없었던 대통령들

이런 김영삼 당시 후보도 대통령이 된 이후 똑같은 길 즉 탈당의 길을 걷게 됐다. 1997년 IMF 사태와 친인척 비리 사건으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최대 위기에 놓이게 되자,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한나라당으로 개명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결별을 하고 이회창 당시 후보 체제 아래로 들어갔다. 이회창 당시 후보 측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이인제 후보 지원설과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유보 결정을 내린 데 반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이에 결국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1997년 11월7일 즉,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이회창 당시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를 했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됐지만 역대 대통령의 탈당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02년 아들(김홍업, 김홍걸)들의 비리혐의로 인한 구속과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졌다. 결국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2002년 5월6일 각종 게이트와 아들 비리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탈당을 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저의 전 정치인생을 바쳐온 새천년민주당을 오늘로 탈당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최근 저희 자식들과 몇몇 주변인사들로 인해서 일어난 사회적 물의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에 대해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노태우·김영삼)과는 달리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경우 새천년민주당에서 대통령의 탈당은 요구하지 않았다.

이후 노무현 당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여러 가지 정책의 혼선, 문제성 발언 등으로 국민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입지가 좁아졌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이대로 가면 의원직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결국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 원인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탈당은 절대 안된다면서 버텼지만 결국 탈당을 했었어야 했다.

탈당으로 얼룩진 정치사

현재 이 대통령 역시 탈당으로 고민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탈당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탈당이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당시 국회의원들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처럼,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뱃지를 빼앗길까 두려운 마음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 친노 세력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탈당을 끝까지 반대했다. 탈당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를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친이계이다. 물론 친박계에서도 이 대통령의 탈당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처럼 적극적으로 탈당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탈당을 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MB도 탈당 밟나

만약 이 대통령이 탈당을 하게 된다면 87년 개헌 이후 모든 역대 대통령이 탈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정가에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탈당 요구는 5년 단임제의 폐단이기 때문이다. 총선은 4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지만 대선은 5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 따라서 어느 정권에서라도 탈당 요구는 반드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왕이면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는 ‘원샷’ 선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당장 이 대통령이 탈당을 할지 여부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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