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불출마로 대구·경북 민심 ‘부글부글’

한나라당이 쇄신의 한 복판에 서 있다.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물러난 이후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섰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쇄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파 간 갈등에 이어 지역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당이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 비록 비대위원장에 옹립됐지만 박 전 대표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야말로 神의 시험이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시험에 통과하느냐 여부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의 신호등 색깔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시험은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인해 이 의원은 눈물을 머금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한나라당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은 영남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의원은 포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포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 1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이 의원을 따르고, 이 의원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그런데 이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이는 영남권 의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들에게도 총선 불출마 선언 종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로 대변되는 쇄신파들은 이상득 의원이 쇄신의 주체가 아닌 쇄신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라면서, 영남권 의원에게도 총선 불출마 선언을 종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권 의원들 입장에서는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며 이들의 정치적 위기는 영남 기반이 흔들거리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영남은 아직도 한나라당의 텃밭이며, 포항 지역에서는 이 의원의 영향력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당장 포항 지역 지지자들은 이 의원을 중앙 정치의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만약 포항을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칼바람이 불기라도 한다면 영남 민심은 한나라당을 떠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영남 기반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득 불출마로 영남 휘청

영남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또 다른 사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한나라당 쇄신을 도맡아 해달라는 당의 주문이다. 그리고 박 전 대표 역시 당이 위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문제는 쇄신의 방법론이다. 수도권으로 대변되는 쇄신파는 당을 해체한 후 재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쇄신파의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은 당을 해체시키고 재창당을 하는 단계까지만이다.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철거반장 노릇을 해달라는 것이 쇄신파의 주장이다. 그리고 새로운 정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쇄신파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두렵기 때문에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선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수도권에서 뱃지를 달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두 번째로는 한나라당 간판을 유지할 경우 친박계가 공천권을 갖고 가기 때문에 수도권 쇄신파 자신들이 공천학살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의 생각은 다르다. 당을 해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친박계의 생각이다. 이렇게 된다면 박 전 대표는 명실상부한 당의 대표가 되면서 박근혜 당 대표 체제를 내년 총선 이후까지 끌고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박 전 대표가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박계가 갖고 있는 두려움 역시 두 가지다. 한나라당이란 간판을 버리고 새로 재창당할 경우 영남 민심이 과연 새로운 정당을 선택할 수 있을지 여부다. 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해졌다고 하나 영남 민심은 아직도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간판을 버리게 되면 영남에서 뱃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또한 새로 재창당할 경우 공천권이 수도권 의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친박계는 재창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쇄신파, 박근혜 흔들기

쇄신파와 친박계의 이런 갈등이 결국 부딪히게 됐다. 그리고 쇄신파 일부 인사들은 탈당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야말로 박 전 대표를 시험에 들게 한 것이다. 탈당이란 카드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쇄신파의 회동으로 일견 갈등은 봉합된 상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없기 때문에 그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더욱이 수도권 쇄신파의 이런 행동에 대해 영남 민심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남 민심은 박 전 대표를 얼굴마담 혹은 철거반장으로 이용하고는, 이용가치가 끝나면 버리려고 한다면서 반발을 하고 있다. 영남 민심은 쇄신파들이 이상득 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죽인데 이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도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영남 민심은 쇄신파와 결별을 하고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버릴 생각이 없다고 늘 주장해왔다. 하지만 영남 민심이 쇄신파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란 점에서 영남 민심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영남 민심은 ‘쇄신파는 이미 탈당을 계획하고 있고, 그 명분만 찾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신당 역시 쇄신파의 탈당을 위한 기반 마련에 불과하다고 영남 민심은 보고 있다. 즉, 쇄신파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당 계획을 세웠고, 박 이사장이 신당을 만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굳이 쇄신파를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남 민심의 분노

결국 이런 목소리들이 박 전 대표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들이 박 전 대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목소리들이 한나라당을 공중분해 시키고 있다. 이미 수도권과 영남의 갈등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수도권 쇄신파는 영남 현역 의원들을 낡은 인물 혹은 쇄신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영남 현역 의원들은 수도권 쇄신파를 한나라당을 공중분해 시키려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박 전 대표가 끼어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영남의 목소리도, 수도권의 목소리도 대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느 하나의 편을 들어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을 빨리 내야 하는 입장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한나라당이 자칫 분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쇄신파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탈당을 굳힌 쇄신파 인사들이 마음을 돌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 공중분해 되느냐 아니면 상처가 치유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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