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는 소홀하고 판매 수익에만 열중?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에 기내 면세품을 강매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고초를 겪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최근 대한항공에 "승무원들이 관세법을 위반해 1회 100달러 이상의 면세품을 구입한다는 민원이 있었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3월부터 한 달 간 기내 면세품 판매를 100만 달러 이상 늘리자는 캠페인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부담을 가진 승무원들이 1회 개인한도인 100달러를 초과한 구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정비 불량과 기체 결함 등의 문제가 잇따라 고객을 위한 안전 관리와 서비스 관리에는 소홀하고 면세품 판매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행 관세법상으로 기내 면세품 구입액은 일반인 400달러, 항공사 승무원은 100달러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항공 소속의 몇몇 승무원들이 100만 달러 이상의 판매를 올리자는 취지의 캠페인에 따라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현행법을 위반, 개인 구매로 100달러 이상을 구매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강매는 없었지만
부담은 있었다?

 

대한항공은 매년 비슷한 취지의 기내 면세점 캠페인을 펼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승무원들에게 팀별로 면세품 판매량을 할당해 부담감을 안기고 과열 경쟁을 양산했다는 의혹이 일어 문제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구매를 하고 이를 다시 외부에서 되팔거나, 구매대행 식으로 판매를 했다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어 심각한 폐해를 느끼게 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개인 구매액 한도를 훨씬 초과했다는 점이 빈축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인천공항세관 측도 "승무원들의 면세한도는 100달러인데, 항공사 측에서 면세품 판매 할당량을 부과하면서 승무원 개인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면세한도를 넘게 면세품을 구입하고 그 사실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은닉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측은 일각에 돌고 있는 의혹에 대해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면세품 판매 캠페인은 매년 해 오던 것으로, 캠페인은 캠페인일 뿐 직접적으로 할당 금액을 정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 대한항공 측은 "이번 켐페인을 통해 승무원들이 애사심을 발휘하여 자발적으로 기판품을 구입하는 경우는 있으나 회사에서 기판품을 사도록 한 바 없다"면서 "캠페인이 실시된 이후 승무원들에게 관세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수차에 걸쳐 공지했고, 당사에서 인천공항세관을 방문하여 설명하여 이해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4월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국 상무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대한항공 논란과 관련해 "어떻게 강매를 할 수 있겠나"면서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 회장의 첫째 딸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사업본부·객실승무본부 본부장(전무)은 27일 인천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기내 휴대용 화장품 DAVI 소개' 간담회 직후 "세관에서 강매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지만 걸린 승무원은 없다"면서 "어떤 제보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주장일 뿐이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세관에서 말이 나왔지만, (적발)사례도 없다"며 "그 부분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내 면세품 판매 할당 및 강매 의혹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캠페인은 특성상 어찌됐든 '판매 독려'의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승무원들이 부담감을 느껴 현행법을 위반하는 무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면세품 판매 캠페인을 펼친 것에 대해,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하늘 위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 내 기내면세점을 추진하고 있는 조현아 전무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현아 전무는 A380 내 설치되는 기내면세점에 대해 "면세점이 아닌 면세품 전시장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그동안은 승객들이 기내 책자 설명에만 의존해서 상품을 샀는데 이제 전시공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설며, 그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유니폼 입고
면세점 출입금지?

 

한편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세관으로부터 '관세법 위반' 경고를 받자, 승무원들에게 세관 주의를 요하는 단체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체 승무원들에게 지난 4월 19일과 20일 '세관으로부터 승무원 검색강화 통보를 접수한바 관세법 철저 준수 바람'이라는 문자를 발송하고, 21일과 22일에도 '금일 세관 검색중, 개인 구매 시 100$ 한도 내 구매 및 영수증 필히 지참할 것!'과 '전 승무원에 대한 세관 개봉검사 대비 100$ 한도 내 구매 및 영수증 필히 지참, 객실승원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는 승무원 단속 차원에서의 것으로, 전 승무원에 대한 개봉검사를 하겠다고 인천공항세관 측이 알려오자 대한항공 측도 다소 긴장했던 보인 것으로 보인다. 관세법 위반 사례는 찾지 못했지만 혹시 모를 문제를 대비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대한항공이 지난 1일부터 승무원들에게 유니폼을 입고서 국내·외 면세점에 들어가지 말라는 식의 문자를 발송하고 내부 문서에도 외부 면세점 출입을 금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이번 논란에 불씨를 놓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유니폼을 입고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승무원의 모습이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내 면세물품을 사게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다른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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