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에 안긴 '내소사'와 '곰소염전'이 장관"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이번 겨울 여행 코스로 만나볼 곳은 내변산과 외변산을 한 번에 묶는 '내소사~곰소염전'이다. 두말할 필요 없는 천년고찰 내소사와 한 코스로 엮이는 곰소, 그리고 그가 품은 염전을 둘러보자. 예로부터 유명세를 떨쳐온 곰소염전은 서해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 발달한 염장 기술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겨울 곰소염전은 소금 대신 소금처럼 반짝이는 얼음 눈꽃으로 채워진 생경한 풍경이다. 여기에 외변산이 품은 채석강과 적벽강을 더하면 겨울 바다 여행으로 제격이다.

   
▲ 격포항.<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해가 뜨고 지는 것 모두를 볼 수 있는 서해 여행은 겨울이면 더욱 풍요로워진다. 제철 맞은 먹거리들 덕분일까. 새하얗게 쌓인 눈의 힘일까. 서해안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 서해의 진주로 불리는 부안 변산반도를 찾았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의 겨울 풍경도, 적벽강과 채석강의 시린 계절도 모두 그리웠지만 가장 기대했던 공간은 곰소염전이었다.

서해의 진주, 부안 변산반도

겨울 염전(鹽田)을 그대로 풀어내면 소금밭이다. 하얀 소금과 닮은 눈 쌓인 소금밭은 생각보다 더 애잔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날이 맑으면 지척의 곰소항에서 해돋이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새만금로를 따라 부안 땅에 들어서면 새만금 홍보관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30번 국도에 올라 변산반도 해안(외변산)을 한 바퀴 돌아보며 곰소항으로 가거나 내변산로를 따라 내소사로 향하면 된다. 물 때를 알아두면 동선 짜기가 더 수월해진다. 채석강과 적벽강은 물 때에 따라 들고 나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 도착 시간이 채석강과 적벽강에 물이 빠질 때라면 먼저 이곳을 걸어본 뒤 내소사나 곰소항으로 이동하면 좋다. 물 때 시간은 변산반도국립공원 홈페이지(byeonsan.kn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착한 시간이 밀물 때라면 적벽강과 채석강에 먼저 들른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닭이봉(85m)에 올라 변산지맥과 격포항을 한눈에 살펴보면 좋다. 그 다음 30번 국도에 올라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면 곰소항과 닿는다. 여기서 잠깐! 곰소항에 닿기 전, 상록해수욕장과 모항해수욕장 사이에 자리한 전북학생해양수련원을 기억해두자. 솔섬을 배경으로 바다로 떨어지는 멋진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낙조를 촬영하고 싶다면 해가 지기 30분 전에는 도착해서 대기하는 편이 좋다. 시간이 맞지 않다면 곰소염전이나 내소사를 먼저 보고 오면 된다.

필자는 혹시나 곰소항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내소사부터 찾았다. 봄이면 벚꽃, 가을이면 단풍으로 유명한 내소사. 하얀 눈에 안긴 겨울풍경도 빠지지 않는다. 눈이 쌓인 직후 찾았다면 더 멋진 풍광과 마주했으리라.

   
▲ 솔섬 일몰.<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나무 숲길이 반기는 '내소사'

'동국여지승람' 등의 기록에 따르면 내소사의 원래 이름은 '소래사(蘇來寺)' 였단다. 중국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세웠기에 '내소(來蘇)'라 이름 지었다는 건 와전된 것.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향하는 길, 천년도 더 된 내소사를 소개하는 전나무숲길이 펼쳐진다.

500m쯤 될런가. '겨울왕국'으로 이어질 것 같은 전나무 숲을 지나 천왕문에 닿으면 633년(무왕34)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내소사가 반긴다. 화려한 듯 담백한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은 색이 거의 사라졌다. 고증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 채색 없이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선계사·실상사·창림사와 더불어 변산 4대 사찰로 꼽혔단다. 내소사만 지금껏 기나긴 세월 자리를 지킨다.

지난한 세월로 무뎌진 꽃문양 창살도 눈길을 끈다. 해질 무렵 찾으면 붉은 태양을 머금은 꽃문양 창살 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소사를 찾았다면 대웅보전 안에 들어가 보자. 법당 불단 뒤 벽면에 백의관음보살좌상이 있다. 눈을 맞추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영산회 괘불탱(보물 제1268호), 고려동종(보물 제277호), 법화경 절본(보물 제278호)도 내소사가 품은 보물이다. 외부 전시가 많은 탓에 내소사에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 곰소염전.<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오랜 유명세 자랑하는 '곰소염전'

내소사에서 빠져나와 30번 국도에 오르면 금방 곰소에 닿는다. 예로부터 염전으로 유명했던 곰소. 계화벌 일대가 주 생산지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 말기 연동마을과 호도(범섬), 웅연도, 작도를 연결하는 제방을 쌓고 도로를 만들면서 육지가 됐다. 45ha에 달하는 드넓은 곰소염전은 그렇게 곰소항 지척에 자리한다. 1년 소금 생산량은 2500톤을 자랑한다. 곰소염전 초입에 자리한 안내판을 잠시 살펴보자.

곰소의 명물은 단연 소금이다. 과거에는 소금이 아주 중요해 국가에서 관리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매품이었을 만큼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임금님 피난길에도 꼭 챙겨가는 것 중의 하나가 소금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면서…(중략)…부안 지방의 소금 생산은 화염이 주된 것이었으며 계화 대벌리 일대가 주 생산지였고 천일염은 곰소염전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생산을 했다. 곰소의 좋은 소금 맛은 부근의 곰소젓갈, 상서된장, 계암죽염 등의 발효식품을 명품으로 만들어 주어 주변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곰소 천일염은 3월부터 10월말까지 생산된다. 여름에는 매일, 봄·가을에는 3~5일마다 소금을 얻을 수 있다. 여름 소금은 결정이 크고 가을에는 결정은 작지만 단단하단다. 곰소 천일염은 간수 농도가 진해지면 사용하지 않아 쓴맛이 거의 없다고 한다.

동이 트기 전 곰소 염전을 찾았다. 아직 어둠에서 깨어나지 못해 푸른빛이 스민 서해안 폭설로 눈은 한껏 쌓여 있다. 날이 흐려 해가 뜨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곰소염전이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천히 어둠이 가신다. 소금 대신 눈꽃이 염전 위에 내려 앉아 반짝거린다. 한 겨울을 제외하고는 곰소염전 체험도 가능하다니 어느 좋은 날, 염부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한국관광공사 이소원(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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