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辛卯年)떠나보내고 새로운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10천간(天干) 중 검은색을 뜻하는 ‘임’자와 12지지(地支) 중 용을 의미하는 ‘진’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임진년은 우리말로 ‘흑룡의 해’라고 불린다. 용기와 비상, 희망 등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용에 임금을 뜻하는 흑이 합쳐진 흑룡의 해라고 전해질만큼 성서롭고 길한 의미가 담겨져 있어 그 어느해 보다 좀더 희망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월요신문은 앞으로 다가오는 흑룡의 해를 맞아 올해에 힘입어 내년에 더욱더 빛날 재계 인사들에 대해 다뤄봤다. 2012년 오너일가는 뚜렷한 승진이 없지만 삼성일가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이 2년 만에 승진 반열에 오르면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밖에 흑룡의 해에 더욱더 빛날 오너가(家) 3세 경영인들을 살펴봤다.

◆2012년 오너일가 뚜렷한 승진 행보 없어...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3세'들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대부분 현재의 자리를 지켰다.

삼성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많은 수의 임원을 새로 선출했다. 하지만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승진을 제외하면 예년과 달리 오너 일가의 승진은 딱히 없었다.

현대차그룹 역시도 눈에 띄는 오너 일가의 인사는 찾아볼 수 없다. 자동차 분야 등 그룹 전체적인 호실적에 따라 400여명의 대규모 승진․발탁 인사를 단행했지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정몽구 회장 자녀의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차장의 인사는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임원 인사가 아닌 부․차장 인사는 조용히 내부적으로만 발표하는 까닭에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재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재계에서는 주요그룹 오너 일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 현재의 위치에서 좀더 경영수업을 받게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등이 조심스러운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건에서 삼성과 현대차 등은 이미 3세들이 최고위 경영진에 포진돼 있어 경영전면에 나선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인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승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2년 만에 임원 인사로 승진한 임우재 부사장의 승진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승진 인사에서 제외돼 있던 임 부사장을 두고 이건희 회장의 눈밖에 난 것 아니냐는 거론되기도 했다. 임우재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으로, 서울고,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고 삼성물산 도쿄주재원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삼성전기 기획팀 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2009년 말 삼성전기 기획팀 전무로 승진해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 초고속 승진 연초 인사도 관심
내년에 더욱더 빛날 오너가(家) 3세 경영인들

이 밖에도 연말연초 대기업 인사철을 맞아 오너가(家) 3세 경영인들의 승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그룹 등 주요그룹과 달리 각 기업 로열패밀리의 고속 승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특히, 올해 3세의 승진이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타이어 3세들의 움직임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다. 조현범 경영기획본부 사장은 인도네시아 신공장의 기획 및 착공을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진두지휘했다.

조 사장은 이와 함께 글로벌 성장에 맞게 커져가는 조직의 경영시스템 안정화 및 혁신적인 기업 문화 정착을 이끌었으며,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평가도 받아 이번 인사에 큰 행보를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으로 커지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경영 관리 및 품질 관리 조직, 투명성을 강조한 윤리 경영 조직 및 기업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타이어 업체인 금호타이어 역시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세창 부사장은 연세대와 미국 MIT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박 부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담당 이사를 거쳐 2008년 상무로 진급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인 2010년 9월 그룹 전략경영본부에서 금호타이어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난해 12월 전무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두 로열패밀리는 공통점은 바로 초고속 승진을 통해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 갔다는 점이다. 조현범 사장과 박세창 부사장은 26세에 각각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30대에 임원 자리를 꿰차면서 일찌감치 경영전면에 나섰다.

또 다른 LS그룹의 공동 창업주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도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LS전선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구자은 LS 니꼬동제련 부사장, 허윤홍 GS 건설 부사장

이에 따라 LS전선은 손종호 사장-구자은 사장 투톱 체제를 갖추게 됐다.

LS산전의 기술과 미래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최종웅 부사장은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력연구소를 설립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강성원 CEO는 LS니꼬동제련의 자원재활용사업과구리광산 지분 인수 등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주도한 성과로 사장이 됐다.

LS는 또 선박용 전선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명규 JS전선 CEO와 부임 첫해부터 적자사업을 흑자로 이끈 한재훈 LS메탈 CEO, 그룹 내 유일한 소비재 사업을 맡아 키우고 있는 김승동 LS네트웍스 CEO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구본혁 LS사업전략팀장은 LS니꼬동제련으로 옮겨 중국 사업부 이사로 승진, LS오너 일가 3세중 첫 임원이 됐다.

GS건설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허 부장은 지난 2009년 부장 발령을 받은 후 현재 재무팀장을 맡고 있으며 승진한 뒤에도 여전히 재무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장은 한영외고 졸업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국제경영학과 학사, 워싱턴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2002년 GS칼텍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0년간 경영 기초 수업을 받아왔다.

또한 GS건설 내에서 경영관리팀, 플랜트기획팀, 외주기획팀 등 건설사의 핵심 부서를 두루 경험하면서 경영을 습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보는 평소 '현장 경영'을 강조해 온 허창수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허 부장은 상무보로 승진된 후에 상무와 동일한 업무를 보게될 것"이라며 "이번 임원 승진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 첫발을 내디딘것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현아 대한한공 전무, 조원태 전무,조현문 효성 부사장

곧 단행될 대한항공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장과 호텔사업본부장 등을 겸임하는 조 전무와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은 장남 조원태 전무는 이번에 부사장으로 올라설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 역시 2007년 1월 나란히 승진해 만 4년이 되는 내년 1～2월 정기인사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