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파업사태 이면


완성차 라인 영향력에 증시서 존재감 부각
유 대표 개인지분 평가이익만 100억원 이상
독과점이 불러 온 파업과 주가 급등


지난 5월 셋째주~넷째주 재계는 유성기업 7일 파업 사태로 시끌벅적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업체 생산라인이 올스톱 위기에 처하며 업계 내 많은 혼란이 일었다. 자동차 엔진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이 현대기아차 등에 50% 이상 독과점으로 납품해 온 데 따른 것이었다. 한편 주간 2교대와 월급제를 조건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유성기업 직원들의 파업사태는, 이번 투쟁이 불법파업이라는 회사 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국가에 의해 25일 공권력이 투입돼 1주일 만에 종료됐으나, 이후로도 계속해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권력에 의해 잡혀가고 알 수 없는 방해자들에 다쳐간 가운데, 회사는 되려 이 사태 속에서도 주식 대박 행진을 걸어 크게 이슈화됐다. 파업 사태로 완성차 라인이 생산 중단 위기까지 가는 것을 보면서 그 영향력이 부각돼, 증시에서 재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18일 자동차 엔진 부품 중 하나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의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유성기업으로부터 부품 공급이 중단돼 완성차 업계들의 생산 라인 가동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각 영업점마다 빗발쳤다.

 

생산라인 큰 타격

유성기업으로부터 70% 이상의 피스톤링을 공급받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22일부터 생산중단이 되는 등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23일 디젤엔진 부품 부족으로 울산공장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ix'와 '싼타페', '베라크루즈'의 생산이 중단됐으며, 24일부터 '포터'와 '스타렉스'도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기아차는 이미 지난 20일부터 소하리공장 카니발라인에서 피스톤링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야간근무조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또 현대차 울산 엔진공장은 주간조 근로자 70여명이 22일 오후 2시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차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카니발의 생산라인 역시 이날부터 정상 가동되지 않았으며,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도 각각 70%, 50%, 20% 안팎의 부품을 유성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재고량이 많지 않아 생산차질은 불가피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사태로 인해 24일까지 스타렉스와 포터 등 316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56억여원의 매출 피해를, 기아차는 카니발 67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60억여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은 파업이 월말까지 이어졌다면 현대·기아차는 총 4만8000여대의 생산 차질과 827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5000여개의 협력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쳐 협력사의 매출 손실은 1조2030억원에 이르는 등 총 2조원이 넘는 피해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공권력의 투입으로 25일부터 파업 사태는 종료가 됐고, 파업 1주일 만에 정상을 되찾은 유성기업은 공장 가동을 재개, 일부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성기업은 긴급 기계점검 결과 생산시설에 큰 피해가 없었다면서 25일 밤부터 부분적으로 조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유성기업 파업으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던 현대기아차도 재고물량을 공급받아 빠르게 정상을 되찾아 갔다.

 

자동차 산업 한계 드러나

자동차 업체들은 사태가 조기에 수습된 것에 안도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한계가 드러나, 한 기업의 파업으로 왜 그렇게까지 업계가 혼란을 겪어야만 했는지 그 배경이 재조명 됐다.
유성기업의 파업이 현대차 기아차를 생산 중단 직전으로 몰고 가고, 이틀 사이 양사의 시가총액 3조1000억원이 사라지게 할 수 있었던 파괴력도 바로 이같은 독점적 산업 구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만5000여개의 자동차 부품 중 200여개 이상에서 비용절감, 관리용이 등의 이유로 일부 업체들의 독과점식 공급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특정 업체의 생산이 막히면 아예 자동차 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다.


만일 지진이나 화재, 테러와 같은 악재가 생겨 핵심 부품 업체의 생산 라인이 손상된다면 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계가 올스톱 되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유성기업이 현대차와 기아차 소요량의 70%를 공급하는 엔진 부품인 피스톤 링은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술력과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부품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보니 한 회사에 물량을 몰아줘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원가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마진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소수의 회사만 생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국 이러한 환경과 독과점 구조가 단가 '1351원'에 불가한 부품의 생산 중단만으로 시장 전체에 일대 혼란을 가져오고 말았던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재고 관리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부품을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한 공급을 받아 온 재고관리 문제도 지적됐다.


때문에 부품 공급처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현대 기아차는 2만여개에 이르는 부품의 공급별 수급량을 파악하고 재고량 기준을 정하는 등 부품 조달체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손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면 완성차 업체 일부에서는 일·이원화 된 협력업체에게서 부품을 공급받는 것이 최적화됐고, 이들에 대한 위험성만 감내 한다면 다른 이상은 발생치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부품 조달 체계를 바꾸는 것에는 '회의적'이라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주식은 왜 급등?

유성기업의 파업 이면에는 다소 의아한 일도 있어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5월 26일까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성기업 주가가 파업 뒤 7일 동안 67.6%나 오르는 등 상승행진을 보인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업 3일째였던 지난 5월 20일부터 유성기업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23일부터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거래량도 크게 늘어 파업 최근까지 몇 만 주 수준에 그쳤던 거래량은 지난 20일 5만주에서 23일 350만주, 24일과 25일에는 1000만주까지 늘었다. 26일에는 300만주 이상 거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가가 오른 데에는 유성기업이 파업사태로 현대기아차의 생산라인을 멈출 정도의 영향력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과점 납품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 핵심 자동차부품업체로 인식되며 재평가 됐던 것이다.


또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적자 기업'으로 알려졌던 유성기업이 알고 보니 '흑자 기업'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도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유성기업은 2008년 3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오히려 당기순이익은 59억2800만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당기순손실이 16억2400만원 발생했지만 지난해는 118억6100만원의 흑자를 내며 큰 폭으로 회복했다. 이렇듯 3년 동안 영업손에도 당기순익이 늘었다는 점이 주식 시장에도 크게 어필했던 것.


주가 급등에 따라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 등 최대주주 측의 수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까지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가 보유한 20.11%의 지분은 91억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유 사장의 아버지인 유홍우 명예회장 지분(3.09%) 가치도 14억원 가량 늘었다.


유성기업의 나머지 주식은 친인척 지분이 18.74%, 10.21%가 유성기업(1.16%)과 관계사인 화성실업 등이 가지고 있다.


이들 최대주주 측 지분(49.06%)의 평가이익은 파업 전보다 234억8900만원이 늘고, 유 대표 개인 지분 평가이익만 1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성기업 7일 파업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유성기업 스스로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생산중단에 따른 영업손실에도 불구, 거둔 게 적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파업사태 동안 눈물을 흘리고 투쟁 속에 피를 흘리기도 한 가운데, 회사만 주식 잔치가 난 것에 대해 비난의 시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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