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연금 개혁 실패 탓? 총선 대비 사전정지 작업?

[월요신문 김영 기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18대 대선캠프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현 정부 실세인사 중 한 명인 그의 이번 사퇴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러 설들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 이 시점에 그것도 공무원연금 개혁안 실패를 이유로 그가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제공= 뉴시스>

朴 대통령 그림자 수행 2년 만에 자진사퇴로 물러나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 홀로 떠안은 내막에 관심 폭증

지난 1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급작스런 사퇴 소식을 전했다.

이날 오후 민 대변인은 “조 수석이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민 대변인이 대독한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절감뿐만 아니라 일반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과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며 여야 협상 과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금개혁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라며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의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나 연금포풀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했던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의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사퇴의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조 전 수석은 “저는 비록 사의하지만 부디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보고 개혁 완성해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 선례를 남겨주시길 부탁하는 바이다”라고 덧붙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당시 조 전 수석은 정무수석 신분으로 여야 협상에 관여, 청와대 입장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달했었다.

이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파기 후 제기된 “청와대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안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여당 지도부는 “조 전 수석이 알고 있다고 있었다”고 항변한 바 있다.

책임자로서 중압감 커

조윤선 전 수석 사퇴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세대와 나라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것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는데 답보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조 수석이 막대한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남아있는 우리들도 조 수석의 생각을 새기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래세대와 나라를 위해서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에 관한 경질 차원으 조치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가 주변에서도 조 전 수석 관련 자진사퇴설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정무수석으로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이 불거진데에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고 당청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청와대가 조 전 수석 사퇴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서도 문책성 보다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일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 전 수석이 사퇴의 변으로 밝힌 것처럼 공무원연금 개혁의 빠른 처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동력으로서 책임자 사퇴의 수를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여당 지도부에서도 조 전 수석의 사퇴에 대해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상당하다. 굳이 책임질 사안도 아니라는 것.

   
정무수석 발탁 당시 박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은 조윤선 전 수석. <사진제공= 뉴시스>

총선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 나와

조윤선 전 수석 사퇴 관련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조 전 수석이 내년 총선 준비 차원에서 그만두는 마당에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일 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모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최고위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든 걸 주도한 상황에서 조 전 수석은 조용하게 움직였는데 그런 분이 갑자기 사회적대타협 산물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말한 건 적절치 않다”면서 조 전 수석의 2016년 총선 출마설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조 전 수석의 총선 출마설 관련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여성부 장관을 지냈음에도 이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차관급인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적도 있기에 의원직에 연연해 이 같은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당시 공항 환송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당정 주요 인사들과 조윤선 전 수석. <사진제공= 뉴시스>

박수칠 때 떠난 조윤선, 그는 누구?

- 현 정부 퍼스트 레이디役, 포스트 朴에도 이름 올려

지난해 있었던 시진핑·펑리위안 중국 주석 내외의 방한 당시 세간에서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주목했었다. 그가 박근혜 정부의 퍼스트레이디 역을 훌륭히 소화했기 때문이다. 침착하고 차분한 태도로 펑리위안 여사 의전을 책임지고 완변히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펑리위안 여사의 창덕궁 방문 당시 흰색계열의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 차림으로 등장한 펑 여사를 맡아 짙은 회색 재킷에 어두운 색 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이에 대해 ‘상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패션외교’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18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필해 온 그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권 역시 조 전 수석에 대해 그동안 좋은 평을 주로 해왔다.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 ‘불통’이라 자주 지적했던 것과 달리 조 전 수석에 대해서만큼은 이전 정무수석들과 비교해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 평가해 온 것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 조윤선 전 수석은 제33회 사법고시 합격 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가 10년 동안 근무했으며, 30대였던 지난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의 공동대변인으로 발탁되며 정계와 연을 쌓았다.

본격적인 정치참여는 2008년 당 대변인을 맡은면서부터로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원내입성에도 성공했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8대 대선부터였다. 대선 직전 실시된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마했으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중앙선대위 대변인직에 발탁된 것이다.

이후 조 전 수석은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거쳐 현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에 임명됐고 장관으로 1년 3개월을 근무한 뒤 차관급인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관련 당시 정치권에서는 장관이던 조 전 수석의 청와대 이동이 강등이라기 보다 권력 핵심으로 이동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조 전 수석은 장관으로 재직하던 때보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언론 노출 빈도도 크게 늘어났었다.

그렇다 보니 여러 언론에서는 조 전 수석 관련 ‘18대 국회 최고 이슈메이커였던 나경원 의원 등과 함께 당내 포스트 박근혜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수차례에 걸쳐 내놓은 바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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