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진자 속출, 보건당국 ‘대응미숙’ 질타 쏟아져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각보다 휠씬 빠르게 감염 확진자 수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은 괴담으로도 번져나가고 있다. ‘해외 언론에 국내 메르스 긴급재난 속보가 떴다’는 내용 등이 시중에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 정부에서는 현재 메르스 방역은 물론 괴담 유포에 대해서도 엄중처벌하겠다는 입장이나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 속 세간의 메르스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대병원에 설치된 메르스 환자 격리센터. <사진제공= 뉴시스>

6월 1일 오전 기준 국내 메르스 감염 확진자 수가 1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5월 21일 국내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확인된 뒤 10여일 사이 17명이 추가로 감염된 것이다.

그나마 아직까지 2차 감염자에 의한 3차 감염자 및 메르스 감염에 따른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향후 상황은 더욱 안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메르스 확진 환자 중 5명의 상태가 폐렴 등으로 인해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중 2명은 생명까지 위독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감염자와 접촉 등의 이유로 격리 조치를 받고 있는 메르스 감염 의심자 수 역시 자꾸 늘고 있어 추가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 역시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 메르스 격리 대상자의 출국 제한까지 추진 중이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메르스가 확산되며 그에 따른 공포심 역시 커지고 있다. ‘평택‧수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모 병원 응급실이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폐쇄 됐다’ ‘해외에 국내 메르스 관련 긴급재난 실시간 뉴스가 떴다’ ‘감염자와 접촉만으로 전염된다’ ‘공기를 통해 메르스가 옮긴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것.

메르스 공포심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여행관련 기업 주가가 바이러스 확산 소식 후 일제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백신 관련 업종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스보다 위험한 메르스

메르스 감염자 속출 및 그에 따른 공포심 확산 속 이를 10여년 전 창궐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비교하는 연구결과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도 있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1일 공개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의 인공호흡기 착용률은 80%로 이른다. 이는 사스 환자의 인공호흡기 착용률(14∼20%)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사스 환자 중 40~42%가 호흡곤란을 경험하는 반면 메르스 환자 중 72%가 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몸이 떨리는 오한(惡寒) 역시 메르스 환자(87%)가 사스(15∼73%) 환자보다 더 많이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가 섞인 가래가 기침과 함께 나오는 객혈 증상 역시 사스(0∼1%)보다 메르스 환자(17%)가 더 잦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도 메르스(11.5일)가 사스(23.7일)보다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조사된 메르스의 사망률(41%) 역시 사스(9.6%)보다 4.3배 높은 상황으로 이는 최근 서아프리카 전역을 공포에 빠트린 에볼라의 현재 사망률(36%)보다도 오히려 높다.

다만 연구진에서는 메르스의 최종 사망률 자체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물 등에 접촉해 메르스에 감염된 1차 감염자와 달리 2차 감염자의 사망률이 현재 치사율(40%)보다는 납낮고 바이러스 자체도 생존을 위해 치사율을 낮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 밖으로 나오면 자신도 사멸한다”며 “에이즈·사스 등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온 바이러스 질환들은 대부분 사망률이 발생 초기엔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감염성 역시 사스가 메르스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감염에 따른 간 세포 손상 역시 사스 환자의 경우 20~30%에 달하지만 메르스는 15%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메르스와 사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 메르스는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다.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 지적 관련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형표 장관. <사진제공= 뉴시스>

정부 ‘대응미숙’ 지적

메르스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 보건당국의 초기 허술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메르스 확산 관련 “보건당국이 초기대응도 실패하고 후속조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민보건안전관리체계가 왜 이렇게 총체적으로 허술하고 무능한지 그 책임의 엄중함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보건당국의 허술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심각한 수준”이라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메르스 초기 대응에 있어 정부 당국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했다. 다만 그는 관련 괴담 확산 관련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하기도 했다.

1일 오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의 확산과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합동대책반이 총력 대응하고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히 협조해서 국가적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잡고 일상생활에서의 예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통령의 메르스 괴담 근절 발언에 대해서는 ‘괴담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의견 또한 상당하다. 괴담 양산 자체가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에 따른 것으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보건당국의 신뢰 회복이 필요할 것이란 주장이 야권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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