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및 친인척 자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만연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대그룹 일감몰아주기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이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는 계열사 및 자회사에 대한 편법‧부당 지원 및 오너가 관련 회사에 대한 과도한 밀어주기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 상생협력에 있어 특히 자주 문제점을 지적 받아온 유통업계 역시 일감몰아주기 및 그에 따른 폐단이 여전하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대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155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벌닷컴이 지난 2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규모 상위 10대 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이 지난해 155조6000억원으로 1년 전 154조2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3년 14.36%에서 14.55%로 0.19%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더구나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0년 117조9800억원에서 2011년 152조56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 2012년 151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년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만연

택배업계 2위 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직원들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 내 현대로지스틱스 사무실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현대로지스틱스를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에 매각되기 전 현대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 현대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부당하게 내부거래를 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또 지난 1년여간 현대그룹 총수 일가의 부당이득 편취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1월 현대그룹 계열사 등이 회사 지분의 88.8%를 매각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스는 전체 매출액 중 대부분을 현대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올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체로 손꼽혀온 바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에서 오너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 20%) 중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인 계열사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공교롭게도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내용을 담아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지난 2월을 전후로 계열분리 됐거나 매각 계획이 발표된 현대 계열사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과거 신고내용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한 경우"라며 "롯데그룹으로 편입되고 난 뒤 내부거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 허창수 GS그룹 회장.

친인척 설립 자회사에도 몰아주기

계열사 간 거래가 불가피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계와 달리 유통업계는 친인척이 설립한 자회사에 대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GS그룹의 경우 계열사 18곳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심사 대상에 거론되기도 해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GS그룹은 상장사 2곳과 비상장사 16곳 등 총 18곳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오너일가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20곳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 중 1위다.

특히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GS네오텍은 2013년 매출 6613억원 중 3024억원을 GS건설 등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아울러 GS그룹의 GS아이티엠과 컴텍인터내셔날, GS자산운용 역시 오너 일가 지분율이 93.34%, 77,0%, 35.75%에 달했고, 대부분 2013년 기준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매출의 12%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의 GS칼텍스와 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내부거래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매출의 절반 이상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허 회장의 삼촌 회사인 알토 역시 매출의 40% 정도를 GS건설 등 계열사를 통해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가운데 GS그룹은 지난 3월에는 ‘주식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코스모산업과 코스모앤컴퍼니의 모든 주식을 주당 1원에 사들였다. 코스모산업은 특히 2013년 390억원의 매출 중 156억원이 내부거래 수익이었고 코스모그룹 지주회사인 코스모앤컴퍼니는 59억여원의 매출 중 98%가 넘는 58억원이 내부거래였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실효성 논란

한편, 업계 내 계열사·친인척 설립 자회사·대주주 보유 회사 등에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면서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도 나오고 있다.

최근 30대 그룹계열사들이 합병과 오너 일가 지분 축소 등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대거 벗어나는 등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금액이 2년 새 60%나 급감하면서 규제의 의도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CEO스코어가 지난 3일 30대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을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개정안이 입법 예고(2013년 10월)되기 이전인 2012년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거래 규제대상은 지난 2012년 16조574억원에서 2014년 6조7376억원으로 58%(9조3198억원) 급감했다.

또 규제 대상 기업은 22개 그룹 118개 계열사로 2012년보다 9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탈피 방법으로는 오너일가 지분 매각이나 감소가 13건(54.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 간 합병도 8곳(33.3%)에 달했다. 계열사 제외는 2건(8.3%), 청산은 1건(4.2%)이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