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은 시대정신 무시한 것, 법 보다 도덕이 우선”

[월요신문 김영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1989년 설립된 단체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했었다. 교육공무원과 사립교원의 노조 결성이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이유로 가입 조합원의 경우 해직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상당수 해직 교사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 복직됐으나 전교조가 합법화된 것은 단체 설립 후 10년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현재 전교조는 다시금 법외노조로 내몰릴 위기에 놓여있다. 전교조를 합법단체로 가능케 했던 교원노조법의 일부 조항이 발목은 잡은 형국으로 전교조 내에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는 교원노조법상 해직교원은 노조원이 될 수 없다며 해직교원을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직교원 9명이 전교조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는 것이 문제였다.

정부 시정명령에 대해 전교조는 불응했고 2013년 고용노동부에서는 ‘법외노조’ 통보를 내렸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항소심이 준비 중이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후 전교조는 해직교원의 노조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교원노조법이 위헌이라며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헌재)에 제기했다. 교원노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법외노조 논란은 사라질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헌재에서는 해직교원의 노조원 불인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내를 대표하는 진보적 성향의 교직원 노동단체인 전교조가 단체 설립 후 26년 합법단체 인정 후 16년 만에 다시금 법외노조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을 만나 현재와 같은 위기의 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향후 대비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 헌재 합헌 결정으로 인해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 같다. 헌재 결정에 대해 부당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헌재가 어떤 법조항에 대해서 위헌이나 합헌 여부를 가리는 것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국제기준에 따라 법조항이 합당한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어떤 법 조항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는 과연 그 조항이 우리 헌법정신과 국민기본권에 비춰 합당한지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법조항에 대해서도 시대정신과 오늘날의 국제기준 및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헌재 판결은 후진적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며 국제사회의 요구 등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 굉장히 아쉽고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헌재 판결 관련 법을 따르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헌재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기존의 법을 따르는 거라면 합헌‧위헌을 따질 필요가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는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헌재의 진일보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 사건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9명의 해직교원은 왜 발생했나? 9명 때문에 전교조 전체가 위기에 처했는데 이들의 노조원 제명은 불가능한 것인가

2008년 처음 해직교원이 나온 이후 총 아홉 분이 해직 조치됐다. 이들의 경우 흔히 얘기하는 성적비리 등을 저지른 문제 교사가 아니라 전교조의 조직방침에 따라서 최전선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오다 정부 탄압으로 일방적인 징계 조치를 받고 해고된 경우다. 그렇기에 이들 9명을 포기한다는 것은 전교조가 노조임을 포기하면서 노조를 지킨다는 말이 된다. 이 같은 선택은 무의미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9명의 해직교원이 우리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한다는 이들을 노조에서 빼라고 하는데 전교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는 정부가 하고 있으며 이는 상식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 해임 근로자의 노조 가입 여부 관련 다른 노조의 경우 어떠한가

산별노조의 경우 해고 노동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 우리의 경우 단위학교별 노조 설립이 불가하다. 시도별로 노조가 운영 중인데 우리로서는 전교조가 산별노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원노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노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우리 전교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의 특수성에 대해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교원의 기본권은 당연히 제한 되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교원노조법의 독소조항에 끝없이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으나 아직 개정되지 못하고 있다.

- 해직교원의 노조 가입이 있었던 것은 2008년인데 그럼 왜 현 정부 들어 이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는가

명백한 사실이 있다. 2011년 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교원노조 불법화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됐다. 그 전후로 전교조에 대해 정권차원의 엄청난 탄압이 있었다.

우리를 불법화 하는 여러 방법이 있었을 것인데 통진당 사례처럼 종북으로 몰아 갈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중 생각해 낸 것이 해직 노조원 문제라 생각한다. 해직 노조원을 데리고 있다는 건 이미 그들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현행법 체계의 독소조항을 가지고 와 압박을 가하고 이를 명분으로 해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정리하자면 원세훈 전 원장이 지시한 불법화 시도가 박근혜 정부로 넘어와서는 법외노조 통보로 이어진 것이다.

- 그럼 왜 정부에서는 전교조에 대해 그 같은 탄압을 자행했다고 보는가

소위 종북이나 이적단체 논란은 수구집단 정치적 기획의 주요 아이템이라 본다. 내부의 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수법으로 아주 좋지 않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원세훈 전 원장의 경우 우리를 종북으로 칭했다고 법정에서 패하기도 했다. 사문화된 법을 가지고 와 괜한 트집잡기를 했던 것이다. 전교조를 하나의 희생양 삼아서 정권의 정당화를 회책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이 부분이 더 중요한데 전교조의 경우 교육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해 왔고 저항에 왔다.

오늘날 정치에서는 교육이 상당한 굉장히 큰 관심사다. 교육정책의 성공여부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부당성을 제기하는 전교조의 존재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항소심 준비는 어떻게 되가고 있나

기본적으로 헌재 판결이 틀렸다고 보지만 최악은 아니다. 법외노조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법리적으로 충분히 인용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항소심에서는 우리의 기존 논리가 있다. 법외노조 통보는 근거도 없는 법체계 아래서 이뤄진 결정이다.

9명에 불과한 노조원으로 인해 6만명이 소속된 단체를 불법화 하는 것 또한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경미한 현행법 위반이라 해도 전교조가 법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데 법 이전에 도덕이 있다고 본다. 법을 초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 해고자 9명이 우리의 자주성을 침해하거나 사회 위협을 끼치는 것도 아니기에 우리가 이들을 떠나보낼 수 없다.

- 헌재 결정에 따라 항소심 역시 전교조 입장에서 볼 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가

우리 역시 최악의 상황을 고려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찾아온다면 우선 잘못된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본노동권 개정 투쟁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조직 운영은 법외노조 통보가 나왔던 작년과 재작년의 사례를 따라갈 것이다. 조직 운영에 있어 전임자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해직 역시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운영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외노조가 될 경우 정부보조임대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 경우 역시 대비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단체협약을 맺는 부분에 있어서는 진보성향의 교육감과 관계를 고려 법적 보장은 어려울 수도 있어도 크게 우려하진 않고 있다.

- 정치권과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일단 우리는 현 정권에 대해 규탄하는 입장임은 여전한데 야권과의 연대는 조금 민감한 부분이다.교육계 또다른 이슈인 공무원연금 개악의 경우 여야 합의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교원노조법을 만들었던 이들이 현재 새정연 소속 정치인들이기에 이들 역시 현 상황에 대해 좌시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 기대 중이다.

[전교조 일지]

-1987년
▲9월27일 전교조 전신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 창립

-1989년
▲5월28일 전교조 정식 출범
▲7월1일 문교부, 전교조 조합원 1527명 파면 및 해임

-1990년
▲7월1일 해직교원 복직·보상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 국회청원
▲11월26일 자진탈퇴 거부한 1465명 교사 해직

-1991년
▲6월21일 노동부, 전교조 간판철거 결정
▲7월22일 헌법재판소 사립학교법 55·58조(사립학교 교원 노동운동 금지 관련) 합헌 결정

-1992년
▲6월21일 '교육대개혁과 해직교사 원상복직을 위한 전국추진위원회' 결성

-1993년
▲1월26일 국제교원노조총연맹(IFFTU) 총회, 전교조 인정·해직교사 복직촉구 결의안 채택
▲3월4일 국제노동기구(ILO), 해직교사 복직촉구 권고문 한국정부에 발송
▲4월29일 전교조-교육부, 해직교사 복직에 관한 첫 실무접촉
▲6월16일 법원, 전교조 해직교사 해임무효소송 승소 판결

-1994년
▲3월10일 해직교사 1490명 중 1329명 복직

-1995년
▲11월 전교조, 교육법 개정 청원에 교사 6032명 서명

-1996년
▲9월 각계인사 2771명, 전교조 합법화 촉구 서명

-1997년
▲2월 전교조 합법화투쟁 개시
▲6월13일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전교조 인정 등 권고안 채택
▲10월31일 2기 노사정위원회, '교원노조법안' 합의
▲11월23일 국무회의, 교원노조법안 의결
▲12월29일 교원노조법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1998년
▲2월6일 노사정위원회, 1999년 7월부터 교원노조 합법화 합의
▲7월16일 당정, 해직교사 '준법서약' 후 복직 허용

-1999년
▲1월6일 교원노조법 국회통과
▲5월16일 한국교원노조(한교조) 전국위원회 창립
▲7월1일 교원노조법안 공식발효…전교조 합법화

-2006년
▲9월 전교조, 교원평가·성과급제 반대 연가투쟁

-2010년
▲3월31일 고용부, 전교조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부칙 제5조)시정 명령
▲6월29일 전교조, 고용부 규약시정명령 취소 소송 제기
▲8월10일 전교조, 시정 명령 거부

-2012년
▲1월12일 대법원, 고용부 시정명령 '정당' 판결
▲9월17일 고용부, 전교조에 두 번째 규약시정 명령

-2013년
▲9월17일 교육부, 고용부에 해직자 9명 명단 통보
▲9월23일 고용부, 전교조에 세 번째 규약시정 명령
▲10월8일 819개 단체 모여 '민주교육수호와 전교조탄압저지 긴급행동' 출범
▲10월16일 전교조, '고용부의 시정명령 수용 여부' 조합원 총투표 시작
▲10월18일 전교조 조합원 총투표 마감. '고용부 시정명령 거부' 입장 표명
▲10월24일
고용부, 전교조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
전교조,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처분 취소 소송 및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제기▲10월25일
교육부, 전교조 전임자 복귀 요구·시도 전교조 지부 지원 중단·단체교섭 중단 등 후속조치
▲11월1일 국제노동기구(ILO), 전교조 법외노조화 규탄 성명 채택
▲11월13일 서울행정법원,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11월21일 고용부,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중지 결정에 불복해 항고
▲12월6일 전교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정부 공식 제소
▲12월26일 서울고법, 고용부의 항고 기각

-2014년
▲1월21일 전교조, 법외노조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
▲3월13∼27일 국제노동기구(ILO), 전교조 법적 지위 보장 권고 보고서 채택
▲6월1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10명 법외노조 통보 철회 촉구 탄원서 법원에 제출
▲6월19일 전교조, 법외노조처분 취소 소송 패소
▲9월19일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까지 합법지위 인정"…교원노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2015년
▲4월24일 전교조, 민주노총의 총파업 연가투쟁
▲5월18일 교육부, 연가투쟁 교사 징계·고발 절차 착수
▲5월27일 헌재,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조합원 자격 제한하는 합리적 이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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