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바뀌 놓은 정치권 풍토

   
메르스 대책 회의차 한 자리에 모인 여야 지도부.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김영 기자]전대미문의 전염병 사태로 치닫고 있는 메르스 확산 관련 정치권에도 많은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좀처럼 타협할지 모르던 여야가 메르스에 대해서 만큼은 초당적인 합의를 추진 중인가 하면 상하관계가 분명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경우 메르스 대책을 두고 반목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현 정부 대처를 지난 2003년 사스 때 참여정부와 비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에 다녀 온 68세 남성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4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이 남성은 7일 후인 11일 발열과 기침 증세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처음 찾았고 상태가 악화된 17일 또 다른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입원 치료를 받다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해당 환자의 감염경로와 가족, 의료진 등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시작했으며 환자를 간병한 부인에 대해서도 경증의 호흡기 증상이 있어 확진 검사를 진행 중이라 밝혔다.

특히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환자 증상이 호전 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며 “유입이 의심되는 국가에 대해서도 전수 검역을 즉각 시행했고 사람 간 전파력도 낮아 일반 국민들에게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알렸다.

주로 중동에서 발병 현지 치사율이 27.5%로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 관련 감염율이 낮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밝힌 것인데 이후 사태는 사상 최악의 전염병 창궐로 이어졌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2주가 넘게 대한민국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메르스 확산은 정치권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대응방안 마련을 두고 여야가 협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중앙정부와 일부 지차체의 경우 정보공개 여부 등을 두고 반목하고도 있다.

1년 만에 찾아온 악몽, 시름 깊어진 청와대

2013년 2월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어 최악의 정치적 고비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였다.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고 그로인해 수많은 생명을 잃게 된 것에 대한 비판이 박 대통령과 현 정부을 향해 쏟아진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재난에 대비코자 새로운 국가조직을 창설하기도 했으나 메르스 사태에 있어서 만큼은 이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메르스 전파력을 우습게 보다 11일 기준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리됐고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9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떨어졌다. 5.29 재보선을 거치며 반등기미를 보이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감 40%대 무너지고 이제는 30%대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연달아 강행했다. 공개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메르스 정보를 전격적으로 공개했으며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던 방미 계획 역시 차후로 미룬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내 사정 때문에 해외 순방 계획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때도 박 대통령은 중동순방 계획 자체는 취소하지 않고 일정만 축소해 다녀왔었다.

원칙 및 신뢰를 정치인생의 최대 가치로 여겨온 박 대통령이었으나 정권 중반부를 넘어서며 터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권 자체를 위협하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회, 겉으로는 초당적 대응에 의견일치 

메르스 사태가 최고조를 향해가던 지난 7일 국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그리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간 4자회동이 열렸다. 회담을 제의한 쪽은 문 대표로 메르스 확산 관련 정치권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메르스 대응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자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정쟁으로 대립하기 보다는 국가 위기상황 극복이 우선이란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어 여야는 난항이 예고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진행 및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보여준 대결구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 외에도 여야 정치권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적지 않은 변화들이 감지됐다.

일단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정부 및 내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현 정부 내 리더십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박이 청와대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한 일이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한동안 중앙정치권과 거리들 두고 지내왔던 여야 잠룡급 광역단체장들이 이번 메르스 사태로 재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그리고 여당 소속인 남경필 지사 등이 정부 방침과 궤를 달리하는 독자적 메르스 대응에 나서자 이들을 향한 국민들의지지와 정치권 호응이 이어진 것이다.

사스 때와 비교하면, 차이 너무 나

메르스 확산 속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2003년 사스 발생 때와 비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중국을 중심으로 사스가 유행하자 총리 지휘 아래 신속하게 대처, 감염자만 몇 나왔을 뿐 공식적인 확진 환자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아 세계적인 방역 모범사례로 꼽혔었다.

특히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가 최종 컨트롤타워를 맡고 총리가 대책본부장관을 역임했으며 보건분야 전문가 출신 복지부 장관이 일선에서 이를 막아 사스 유행을 억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르스 대응에 있어 컨트롤타워 장을 복지부 차관이 맡다 장관이 맡은 현 정부 대처와는 분명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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