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력(力)이 사전에 등재되는 사회 만들고파”

[월요신문 안소윤 기자] 김광진 의원은 19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다. 민주통합당 시절 청년 몫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30대 젊은 나이로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에서 쏟아낸 날카로운 질문들로 당은 물론 세간에서도 주목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월요신문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위원으로도 참여한 그를 청문회가 끝난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청문회와 당 현안, 그리고 재선 도전 등에 대해 물어봤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한만큼 잘 했는가

일단 청문회 자체는 그래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건, 이분이 법무부장관이 아닌 총리 후보자 였다는 점에서 각 분야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통활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심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단순한 정책질의 수준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검증이었던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시간 할애가 안된거 같아 안타까움은 있다.

인사청문회, 전체적 분위기는 어떠했나

계속 문제가 나온 것처럼 이분은 자료제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청문회를 임하는 자세도 국민에게 본인을 검증하고 소명하는 자리가 아닌 꼭 재판을 하러 나온 것 같았다.

‘당신이 나를 유죄로 만들려면 증거를 제시해라’ ‘증거를 찾지 못하면 나는 무죄다’라는 인식을 못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사실 증거가 필요한 것이 아닌, 소명을 하는 자리였음에도 ‘나는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필요하면 너희들이 찾아봐라. 근데 너희는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지’ 딱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듯 했다. 국회를 대하는 인식이 곧 국민에 대한 인식인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병역의혹을 제시해 주목 받았다. 2012년 국감 때 ‘노크귀순’ 사건으로 당에서 선정한 국감 최우수의원상까지 수상했다. 현재도 방산비리조사단, 군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위 등에 소속돼 있다. 국방과 안보의 경우 주로 보수당에서 이슈를 주도했던 경향이 있는데. 국방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상임위원회를 상반기‧하반기 모두 국방위를 하다보니까 그게 중심 관심사가 됐다. 보수쪽이 안보와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지만 사실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안보와 국방 외교 등을 잘하는지 제대로 뜯어보는 것은 여야를 구별이 없다.

또 그동안 국방위는 지원을 통해 온다기보다 다선의원들께 소위 밀려서 오는 상임위가 되다 보니까 정책 보다는 정치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상임위 같은 경우 저나 진성준 의원이나 젊고 새로운 시선에서 국방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와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는 상임위가 됐다.

상임위 소속 이전 국방에 대한 관심도는 어떠했나

사실 그 전까지는 그렇게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본업이다. 상임위가 배정된 순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밀덕’도 아니고 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국회에 오기 전부터 국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나만의 기준점이 있었다면 오히려 지금처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예 새롭게 시작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니까 훨씬 더 손쉽게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오히려 국민과 시선이 같을 수 있었다.

당내 현안 관련 계파갈등 논란이 여전하다. 김 의원은 두드러진 계파 색깔은 없어 보이는데, 계파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누가 보기에 따라 두드러진 계파가 아니다보니, 어떻게 보면 이 계파라 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친노, 친문이라고도 한다. 어쩔때는 친박지원계라 하고 또 제 출신이자 현재 지역구 준비를 하는 곳이 순천이다 보니 호남계라고도 얘기한다. 시민단체계라고 얘기하는 곳도 있다. 여러 계파으로 불리는 것. 그게 결국은 우리 당 현실이고 언론 환경 문제 인 것 같은데, 객관적으로 친노와 친박지원이 동일할 수도 없고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럼 결국은 계파라고 하는 것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역증명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느정도 그룹이 형성돼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 중간에 있고, 자기가 한 언론에서 분류된 계파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훨씬 많다.

예를들어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하는 방향성, 진보적 성향과 관련한 지향점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는 평생 살면서 악수 한 번 해본적이 없다. 나같은 사람에게 친노라고 할수 있는 것인가라고 하면 또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본다. 기준이 두루뭉술 하다.

또 의원들 같은 경우, 여러 당직을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어느 시기에 그 당직을 맡았다고 해서 당 대표랑 꼭 동일한 성향인 것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때문에 언론의 계파분류가 객관적이지는 못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당이 그런 언론에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연이은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성적이 좋지 않았다.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생각하는가.

전쟁을 치루는데 계속 패배를 하지 않았나. 근데 전쟁에서 실패는 병가지상사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쪽 전선을 내주고 큰 전쟁을 이긴다라고 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전략과 전술을 세울수 있을만한 지도자,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이 경우 리더에게는 ‘이쪽은 버린다. 이것은 내가 책임지고 간다. 이것에 내 모든걸 올인한다. 나를 따라와라’하는 권한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에 있은지 3년 3개월 정도 되는 현 시점에서 당대표가 11번째 바뀌었다. 이게 단순하게 리더십이 잦은 교체가 된다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것에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파악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에 대한 개선점과 대안을 마련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추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피드백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리더가 자주 교체되다 보니 매번 문제를 파악할만하고 실행하지는 못하는 단계다. 리더의 잦은 교체, 이게 당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또 리더는 결국 욕먹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리더가 물러나는 것이 책임지는 거라 보는 것 같지만 이는 책임 회피하고 생각한다. 리더가 욕먹더라도 밀고 갈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리더들은 이러한 일들을 잘 하지 못해 교체가 거듭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은 상황이 파악되면 다음단계로 나가는데 우리는 계속 교체가 되다보니 상황 보고만 받다 끝나고, 자기임기가 끝나버린다. 단계를 나아갈 물리적 시간이 없다.

임기가 일년 남짓 남았다. 청년 비례대표로 입성한 후 그동안의 의원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소회를 들려 달라.

일단 (정치가) 좀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정치를 해봐야겠다하는 생각이 정치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든다. 또 부족하긴 하지만 나같은 사람이 계속 정치를 해야겠다. 그리고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오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국회라는 공간이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간인데 지금은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성을 살려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국회를 만드는게 참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국방위에 있으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상임위로 갔어도 비슷했을 거 같긴 한데 새롭고 참신한 시선들로 법안도 바라보고 예산도 바라봐야겠다는 것이다. 지금 국방위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데 훨씬 더 자유로운 상임위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국민의 삶을 바꿔나갈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됐다.

바라는 상임위가 있나?

교문위에 가고 싶다. 어쨌든 청년세대에서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반값등록금, 교육에 대한 문제들이다. 개인적으로 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 해오기도 했고 그런 것들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해서 다음 20대 국회에 들어올 수 있다면 교문위에 가보고 싶다.

지금 다양성을 말씀하시고, 참신함 그리고 교문위까지 말하시는 걸보니 딱 '청년 정치인' 이미지 느낌이 든다. 임기를 돌아보며 청년정치 활성화 관련 성과 내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는데 2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청년정치도 그런 물리적인 시간들이 필요하다 생각하다.

물론 그때처럼 200년이 걸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거라 생각한다. 지금 국회 청년비례라 해봐야 2-3명 밖에 없는데 소위 고속도로가 난것처럼, 그렇게 생각할 순 없잖은가.

지자체에도 많은 청년들이 오게끔 만들고, 국회에도 다음 사람들이 오게 하고. 또 저희도 재선을 하고 해서 지금은 흙길에 삽 한두자루 갖고 있지만 호미를 가진 사람도 열명 스무명 늘어나고, 곡갱이 가진 사람들도 늘어나고 해서 그 흙길이 아스팔트 길이 되고 고속도로가 되는 길을 만들어 나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청년비례로 국회의원이 한두명 들어왔다고 해서 국회가 아스팔트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치는 세력화를 하는건데 아직까지 청년조직들은 세력화 되지 못하니까 소위 반짝의 힘을 꾸준하게 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 이런것들이 이제 좀 유명무실 하기도 하고 예산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하다보니까 장기적으로 그것을 유지하고 끌어 나갈만한 동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차기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고향인 순천 출마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알려 달라.

순천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도 한 네명 같이 일하고 있다. 순천에서 초‧중‧고‧대는 물론 군대와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으로써,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한다.

지역의 삶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유명한 사람이고 어떻다고 해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좀 벗어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실제 원하는 일들, 단순하게 의원이 생각하는 방향성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성들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사람. 그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일들을 좀 만들어 나가고 고민해 나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혁신위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남 현역의원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순하게 호남 뿐만 아니라 몇선 이상은 물갈이하고 이런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도 5선 6선이 나와야 국회의장을 하실 분도 생길 수 있다. 또 국회는 선수를 가지고 하는 일이 많기도 하다.

결국 시민들이 그들을 뽑아주는 것이다. 선출에 대한 권한은 시민들에게 있는 것이란 생각을 먼저 갖고 있다.

또 지역으로서의 호남만 문제 삼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서울에서도 항상 우리당이 되는 곳들이 있다. 근데 그런 곳들과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단순하게 호남만 얘기하는데 이것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호남을 얘기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실제 지역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당내에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천을 받고, 경쟁상대가 없다보니 당선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 이를 문제 삼고 있는거다. 이건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남은 임기동안 계획이 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에 우선 충실할 것이다. 또 청년비례라는 제도를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사명과 소명 중에 하나가 상임위 활동을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호미 들고 곡괭이 들고 할수 있을만한, 혹은 저보다 더 큰 포크레인을 갖고 올수 있을만한 능력이 있는 다음 번 청년비례를 뽑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이라 한다. 정당법이나 선거법 이런것들을 바꿔서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데 있어서 불리하지 않을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남은 8-9개월 동안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치중하고 싶다.

청년 비례대표 김광진이라는 이름이 제가 50~60세가 되도 따라올 것 같다. 예를 들면 김대중 대통령이 80에 대통령이 될 때도 40대 기수론 얘기가 계속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40년 전의 이야기들이. 결국 청년비례 김광진이라는 것이 30년 후에도 계속 따라올 이름이어서 그것을 잘 유지하고 그것을 통해 제가 해야 할 목표와 소명정치를 잘 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정치를 3년 정도 해보니까 여의도에 참 많은 힘들이 있다. 여의도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속에 이건희 회장 같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돈의 힘 금력, 또 저희 같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하는 권력도 있고, 군인들이 갖고 있는 무력도 있고, 폭력도 있고 다양한 힘이 있다.

근데 대한민국에는 정의력이라는 단어는 없다. 결국 정의는 힘이 없다는 건데 정치를 조금 더 오래 하면, 제가 사는 어느 시기에는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정의력이 등재될 수 있는 나라가 됐음 좋겠다. 그 나라를 월요신문의 독자들과, 또 대한민국을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시민들과 만들어갔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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