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이 당긴 혁명의 불꽃

   
 

[월요신문 민희선 기자] 뮤지컬 '유린타운'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오줌 마을'이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에서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적 기업과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고, 급기야 군중들로부터 민중봉기가 일어나 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금기시되는 제목과 파격적 내용으로 수많은 공연장들에 거절당하며 천신만고 끝에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한 유린타운은 '소재의 참신함,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으로 브로드웨이가 추구하는 부분을 충족시켰다'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3개월 만에 브로드웨이로 당당히 입성했다.

이후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초연된 유린타운은 2003년, 2005년 지속적으로 재공연되며 그 성공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5년, 유린타운은 10년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켜고, 최강의 캐스팅으로 업그레이드 돼 돌아왔다.

   
 

코미디 속 감춰진 '비판과 풍자'

뮤지컬 유린타운은 말초적 상업극에서도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터부시되는 제목을 과감히 사용했다. 언뜻 보기에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정신을 담아냈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에서의 화장실 사용권에 대한 다툼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소재를 가지고 권력의 남용과 피 지배 계층의 아픔, 물질만능주의, 환경문제 등 사회 속의 거시적인 문제들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유린타운은 웃고 즐기는 가운데 극중의 인물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관객이 함께 동참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관객들은 그 해법을 함께 찾아나가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패러디 통해 근본적 주제 효과적 전달

브레히트의 서사극 방식으로 전개되는 유린타운은 음악, 드라마, 춤 등 필수요소들을 표현함에 있어 패러디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유린타운의 극작, 작곡가는 브레히트의 '서 푼짜리 오페라'뿐 아니라 '햄릿','레미제라블','로미오와 줄리엣','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고전 작품들에서 많은 것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어디서 한번쯤 봤을 법한 낯익은 음율과 대사, 장면이 오버랩 될 때마다 흥미와 호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방법이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작품의 주제와 어려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심 끝에 일구어 낸 표현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작품에 대한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완성도 1등 공신, 센스있는 음악

지난 2002년 토니상 작곡상 수상에 빛나는 유린타운의 넘버들은 작품 자체를 더욱 완성도 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랩, 가스펠, 재즈, 흑인영가, 컨츄리 등 다양한 음악의 장르가 혼합돼 있는 유린타운의 넘버들은 전자음을 배제한 어쿠스틱 악기들로만 구성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과 흥겨움을 선사한다.

피아노 컨덕터(지휘와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하는 밴드의리더)로 유린타운 무대에 오를 음악 수퍼바이저 김문정은 "다양한 패러디를 담은 유린타운의 특성으로, 음악장르의 사용이 매우 다양하며 각 장르의 음악적 사용 수준도 높다. 밴드 구성도 한국 최고의 베이시스트 서영도를 밴드에 투입시킬 만큼 특히 신경을 썼다. 완성도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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